진주성-반려식물(伴侶植物)
진주성-반려식물(伴侶植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12 17:5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반려식물(伴侶植物)

영화 ‘레옹’에 주인공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식물이 있다. 잎이 긴 식물 아글라오네마(Aglaonema)다. 음지에서 자라는 내음성(耐陰性)이 좋아 햇빛 없어도 잘 자란다. 레옹은 아글라오네마를 화분에 담아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며 정성껏 가꾼다. 잎도 가끔 닦아준다. 집을 옮길 때마다 갖고 다니는 분신(分身)이다. 레옹은 아글라오네마를 “제일 친한 친구”라고 부른다. “뿌리가 없는 것이 나와 같다”고 말한다. 레옹이 죽자 소녀 마틸다는 아글라오네마를 교정에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 송나라 시인 임포는 부패한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서호고산(西湖孤山)으로 들어가 은거했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집 주위에 매화나무를 심어 감상했다. 시 짓고 그림 그리며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백학 한 마리를 늘 곁에 뒀다. 사람들은 임포가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 삼아 산다”며 매처학자 라고 불렀다. 매화를 사랑한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임포가 첫째로 꼽힌다. 레옹의 아글라오네마, 임포의 매화나무쯤이면 가족 같은 존재 반려식물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실내에서 가꾸는 식물을 장식용 아닌 삶의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생긴 신조어이다.

바삐 사는 싱글족이 실내식물 중에서도 선인장처럼 돌보기 쉬운 다육식물을 키우며 외로움을 달랜다. 이름도 불러주고 폰에 사진도 올린다.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식물이 주는 위안과 기쁨을 잘 알 것이다. 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집에서 몇 가지 식물을 키워보고 있다. 식물원이나 꽃시장에서 노루귀, 처녀치마, 동자꽃 같은 야생화도 사온다. 가끔 잘 자라는지 안부를 묻고 물주는 것 말고는 각별히 보살피지도 않는다. 그래도 쑥쑥 자라고 때 되면 꽃봉오리를 올린다. 아파트 베란다나 마루에서 꽃빛이 제대로 나지 않지만 키우는 식물이 꽃 피우는 것을 보는 기쁨이 크다. 아름다운 꽃이나 식물을 보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뇌파가 활발해져 스트레스가 풀리고 불안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래서 채소를 가꾸고 식물을 키우고 피어난 꽃을 보며 위안을 얻는 ‘원예치료’라는 개념도 있다.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 따지기에 앞서 녹색 식물을 보고 꽃향기를 맡으면 머리가 개운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할 것이다. 반려식물 키우는 사람이 느는 것은 무엇보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반려동물은 돌볼 자신이 없고 대신 쉽게 키울 수 있는 것이 식물이기도 할 것이다. 거기엔 혼자 사는 도시인의 고독과 독백이 드리워져 있다. 반려란 정이 통하여 짝이 되는 것을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