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우리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민족
아침을 열며-우리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민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22 15:18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우리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민족

겨울에 맞추어 개봉한 겨울왕국의 열풍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행복에 빠지게 만든다. 이 열풍은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 아이의 입에서조차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겨울왕국’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원작인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53번째 작품이다. 19세기 북유럽풍의 캐릭터와 일부의 설정을 빌어 ‘진정한 사랑은 두려움을 이긴다’는 주제의 이야기이다. 뮤지컬 형식의 아름다운 노래는 꼬마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우리나라도 재미난 이야기를 의식 속에 품고 살아온 민족이다. 고유의 구전 문학으로 초점을 옮겨보자. 기성세대인 우리는 동화책에서 볼 수 없는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어 머릿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보태지기도 변형되기도 했겠지만, 손자는 어르신들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용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제주도는 특히나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동네 이름에도 관광지 명칭에도 나타난다. 용두암, 용연, 용머리 해안, 와룡바위, 용천동굴, 거문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그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거문오름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분화구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형상이라 보아 ‘구룡능주’라 부른다고 한다.

용두암에 담긴 이야기는 제주시 용담동 긴 세월동안 바다 깊은 곳에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가 주인공이다. 어둠에서 천년을 지내야만 용이 될 수 있었는데, 이무기는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번쩍 빛나는 비늘과, 날카로운 발, 커다란 눈을 가진 용을 부러워했다.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싶었고, 마침내 그 바람과 꿈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천년이란 어둠의 시간도 모두 이겨냈다. 드디어 용이 되어 승천하는 날, 그토록 바라던 번쩍이는 푸른빛 비늘과 날카로운 발, 커다란 눈을 가지고 기세등등하게 하늘로 승천하는데 한라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 다시 바다로 떨어져 버렸다. 바다에 떨어진 용은 천년동안 참았던 바람이 물거품이 되고, 너무 억울해 차마 죽지 못해 머리를 바다 위로 치켜들어 통탄하다 바위가 되었고, 바다도 용의 안타까움을 아는지 유독 이곳의 파도는 잔잔하게 숨죽이고 있다고 전한다.

와룡바위는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돌이 돼버린 용이라 한다. ‘아주 먼 옛날 바다에서 살던 용이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날아가다가 험한 한라산을 넘어가기 전에 잠시 쉬고자 내려앉았다가, 계곡의 아름다움에 옥황상제의 부름을 잊어버려 지내다가 이를 안 옥황상제가 벌을 내려 용을 바위로 만들어버렸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라 한다.

용머리해안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슬픈 용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으로, ‘제주도에서 왕이 태어날 것이라고 안 중국 진의 시황제가 제주의 혈을 끊으라고 호종단을 보냈고 이곳에서 왕후지지의 혈맥을 찾아낸 호종단은 용의 꼬리와 잔등 부분을 칼로 내리쳐 끊었다. 그러자 시뻘건 피가 솟아올라 주변을 물들였고, 지금의 용머리해안의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한라산은 설문대 할망이 치마폭에 흙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백록담은 효성이 지극한 사냥꾼이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사슴피가 특효라는 얘기를 듣고 사슴 사냥을 나선다. 한라산 정상에 올라간 사냥꾼이 짙은 안개 속에서 물을 먹고 있는 흰 사슴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려는 순간 흰 백발의 노인이 나타나 흰 사슴을 데리고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사슴 사냥을 포기한 사냥꾼은 흰 사슴이 먹고 있던 물을 대신 가져와 어머니에게 드렸더니 병이 나았다고 해서 이 연못을 백록담이 부른다고 한다.

우리 민족은 한의 민족이 아니라 흥과 해학을 즐겨하고, 어려운 현실을 긍정적으로 풀고자 삶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아온 민족이다. 여러 차례 희생의 역사를 겪으면서 우리 고유의 민족성이 왜곡 당하고, 왜곡 당한 역사를 우리 참모습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역사학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문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해학의 문화를 제대로 살려 나갔으면 한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많이 발굴하여 후세나 해외에 소개함으로써 우리 민족성이 올바르게 전달되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