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바글바글·부글부글
칼럼-바글바글·부글부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9.12.30 14:50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바글바글·부글부글

국어대사전을 보면 ‘바글거리다’는 ‘①적은 액체가 넓은 면적으로 야단스럽게 자꾸 바그르르 끓다. ②잔거품 따위가 넓은 범위로 자꾸 바그르르 일어나다 ③작은 벌레 따위가 한군데 많이 모여 야단스럽게 들끓다.’ 로 해석하고 있고, ‘부글거리다’는 ‘①액체가 자꾸 부그르르 끓어오르다 ②거품 따위가 자꾸 부그르르 일어나다 ③착잡하거나 언짢은 생각이 뒤섞여 들볶이다’로 풀이하고 있다.

‘바글바글’과 ‘부글부글’이 두말은 부사형 첩어(疊語)인데, 사람의 경우 속이 끓어오른다는 의미는 같다. ‘바글바글’이 다중적(多衆的) 여론의 비등을, ‘부글부글’이 개인적인 분기(憤氣)의 앙등을 나타내는 점에서 다르다. ‘바글바글’이나 ‘부글부글’이나 면적의 협소성을 전제로 한다. 땅이나 마음이나 그 공간이 작을수록 가열이 되면 ‘바글바글’·‘부글부글’의 가속화와 밀도가 빠르고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아서, 일단 어떤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전국이 바글바글한다. ‘수능시험(修能試驗)’이라면 국민 모두가 대학입시생이 된 것처럼 ‘수능, 수능, 수능!’, ‘탄핵’이라면 전 국민이 일시에 ‘탄핵, 탄핵, 탄핵!’, ‘천도’라면 나라 전체가 ‘서울’이 된 양 ‘천도, 천도, 천도!’로 들끓는다. 그러다가 또 다른 이슈가 등장하면 금방 그 문제로 ‘바글바글’한다. 이른 바 ‘냄비문화’현상이다. 이제는 지구촌 시대이다. 막강한 인터넷의 전파력이 ‘바글바글’의 스피드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집단성의 ‘바글바글’은 개인적인 ‘부글부글’에 기인한다. ‘바글바글’은 ‘부글부글’끓어 오르는 심사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광화문 광장은 ‘바글바글’용광로 광장이 되었다.

‘쾅!’하고 큰 일이 터지면 ‘쿵!’하고 무너지는 것은 국민들 가슴뿐이다. 쉽게 끓어오르는 ‘부글부글’문화를 강도를 좀 낮추어서 ‘보글보글’로 식혀 보자. 지금 우리사회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이념갈등이 너무 심하다. ‘바글바글’은 찬반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격화되어 나타난다. 이럴 때 일수록 중요한 것이 중용(中庸)의 지혜이다. 지금 한반도 남쪽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중간지점을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적폐청산, 원전정책의 전환, 전 정부 때 건설한 4대강 보 철거 논란, 외교 갈등, 안보 갈등, 무역 갈등, 국회법개정 갈등, 선거법 개정 갈등, 취업 난 갈등 등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못살겠다. 못살겠다. 한때 우리 사회의 부정(不正)을 바로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그 부정의 한복판에서 기소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나라 전체가 ‘부글부글’끓고 있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돌고 있다. 한쪽에서는 그 정책이 틀렸다고 하는데 칼을 쥔 쪽에서는 최선의 정책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피’를 보고 안 보고는 ‘칼’을 잡은 쪽의 선택이다. 그런데 투사들은 항용 피를 선호한다는 불길한 예감이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어찌해야 할꼬?

좀 더 눈을 크게 돌려 저 광활한 우주의 세계를 한 번 보자. 우리는 종종 시야가 좁은 사람을 일러 ‘우물한 개구리(정저와, 井底蛙)라고 한다. 광활한 우주를 생각해 볼 때, 지구상의 우리 모두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던가. 우리들의 일들이 제 아무리 높고 크고 소중하더라도 무한한 우주의 공간 속에서는 한낱 넓고 큰 바다가운데 한 알의 좁쌀 이라는 창해일속(滄海一粟)이요, 아홉마리의 소 가운데 박힌 한 개의 털이라는 구우일모(九牛一毛)가 아니던가. 우리 태양계가 속해있는 은하계(Galaxy)는 2000억 내지 3000억 개의 별들이 모인 집단이며 그 지름이 10만 광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거대한 별들의 집단인 은하계는 우리가 관측 가능한 것만 헤아려도 수천억 개가 된다고 한다. 수백 수천 개도 아니고 수천 억 개라니 가히 인간의 뇌로서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은하계가 모여 무리를 이룬 것을 은하단이라고 한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은하단을 버고(Virgo) 은하단이라고 한다. 우리 은하계와 가장 가깝다는 이 버고 은하단까지의 거리는 약 4000만 광년이며, 이 은하단의 지름은 약 1000만 광년이고, 2500개의 은하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실로 끝을 알 수 없는 게 우주공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하여 바글바글, 부글부글해 오지 않았나? 한 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