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복의 제국 로마가 남긴 흥망의 교훈(1)
칼럼-정복의 제국 로마가 남긴 흥망의 교훈(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1.20 14:0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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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정복의 제국 로마가 남긴 흥망의 교훈(1)

지금부터 2회에 걸쳐 로마제국의 흥망의 교훈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로마는 한때 제국이었고, 오늘은 도시다. 과거에도 세상을 매혹시켰고, 지금도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한마디로 로마는 위대한 제국이었다. 특히 긴 생명력으로 유명하다. 서로마제국은 1200년 동안 이어졌고, 동로마제국은 무려 2200년이란 장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 장수 제국 로마를 상징하는 표현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Rome wasn’t built in a day)’이다. 즉 로마제국은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어느 한 세대의 번영만으로 만들어진 제국이 아니란 뜻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과 세대가 오랜 세월 희생하고 노력함으로써 이루어낸 제국이다.

제국의 국부(國父) 로물루스(Romulus)는 역사와 신화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신화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단군신화가 그러하듯이 신화는 고대인의 사유와 표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로마인들이 로물루스의 건국신화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생각과 상징은 무엇일까? 양치기 우두머리 로물루스의 신화 속 정체는 ‘신(神)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전쟁의 신 마르스, 어머니는 알바 롱가의 왕녀 레아 실비아였다. 알바 롱가는 토로이의 왕자 아이네아스 혹은 그의 후손이 멸망하는 토로이를 탈출해 천신만고 끝에 이탈리아 중부, 라티움에 세운 도시국가다. 어머니가 왕녀였으나 순결을 서약했던 신녀(神女)였던 관계로, 로물루스와 그의 쌍둥이 동생 레무스는 비밀리에 버려졌다. 어미 늑대가 형제를 발견해 젖을 먹여 키웠다. 양치기들이 형제를 발견했고, 무리 안에 받아들여 함께 자랐다. 성년이 된 로물루스는 자신을 따르는 3000여 명의 추종자를 이끌고 팔라티노 언덕에 도시를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딴 ‘로마(ROMA)’라 불렀다. 기원전 753년 4월 이었다. 건국 과정에서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쌍둥이 동생 레무스는 제거됐다.

나라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통치 시스템을 정비했다. 핵심은 왕, 원로원, 민회 세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었다. 왕은 종교․정치․군사의 최고 책임자지만 로마 시민으로 구성된 민회에서 선출했다. 이 시스템이야 말로 훗날 로마가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였는데, 로마인들은 그 영광을 로물루스에게 돌렸다. 특리 로물루스가 최우선적으로 힘을 쏟았던 건 부국강병이었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수많은 부족과 도시국가가 난립하는 정글이었다. 살아남으려면 고대 사회에서는 인구가 국력의 척도였고, 번영의 기초였다. 로물루스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누구라도 로마의 신전에 들어오면 체포되지 않는다”고 선포하여 인근의 범죄자와 도망자들을 끌어들였다. 이러한 기발한 이민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로마의 인구는 급성장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낳았다. 로마로 흘러들어 온 범죄자와 도망자 대부분이 남자였던 탓에 여자가 부족해진 것이다. 로물루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 납치 극’이라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했다. 이웃에 사는 사비니 부족을 초대해 축제를 열고,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사비니 처녀들을 무력으로 강탈한 것이다. 술에 취한 채 기습당한 사비니 남자들은 꼼짝없이 도시 밖으로 내쫓겼다. 로마 남자들은 납치한 사비니 처녀들을 아내로 맞았다. 로물루스 본인도 사비니 왕의 딸인 헤르실리아와 결혼했다. 로마의 만행은 사비니 부족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전쟁이 벌어졌다. 납치된 사비니 여인들은 가족과 떨어져야 했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했다. 그들의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원한은 잊히고 가족이 탄생했다. 로마와 사비니의 전쟁은 그녀들에게는 내 아이의 아버지인 남편과 친정 식구들이 벌이는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특히 사비니 왕의 딸로 로물루스와 강제 결혼한 헤르실리아는 두 부족의 화해를 눈물로 호소했으며, 강제 결혼한 사비니 여인들은 아이들을 내세워 비극적인 싸움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승자는 로마였다. 패배한 사비니 부족의 운명이 로물루스에게 달렸다. 이때 로물루스는 승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로마와 사비니가 동등하게 함께 살자는 예상 밖의 제안을 했다. 모든 권력도 두 부족이 나눠 갖자고 했다. 사비니의 왕 티투스 타티우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로물루스와 타티우스는 공동 왕이 됐고, 두 부족은 원수에서 가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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