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행자들의 무기
칼럼-수행자들의 무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10 16:1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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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수행자들의 무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마음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기억력도 좋아지고, 일의 집중력도 높아진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 없는 마음도 없고, 마음 없는 몸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태산은 큰 눈으로 보고, 티끌은 작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합동하여 전체로 보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 지금도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고, 오늘도 좋은 하루이며, 만나는 사람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라는 감사와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자.

우리 앞에는 해야 할 일들이 꽉차있다. 누가 만나자 해도 꼭 만나야할 사람이 아니면 만나지 말고, 자투리시간이라도 함부로 낭비하지 말자. 구두끈 졸라매고 밤낮 몰두정신으로 일하며 정신적 인격적으로 멍들지 않도록 하자. 사람은 자기가 정한 값만큼의 대접을 받는다.

대접받고 살려면 힘을 길러야한다. 일은 힘의 산물이며 열매다. 힘이 강하면 자신을 믿고 양심을 재건하여 큰일도 해낼 수 있고, 힘이 약하면 자신감이 없어서 작은 일도 할 수 없다. 세상을 긍정의 눈으로 볼 때 적극적이고 용감해진다. 그러면 자신감과 진취적인 기상으로 삶이 즐겁고 의욕이 넘쳐난다. 마음의문을 활짝 열고, 인생을 왕성하고 풍성하게 살아가자. 개방적이 되어 생을 넓게 높게 깊게, 성실하고 진지하게 살아가자. 허무와 절망을 극복하는 것은 이상과 비전뿐이다. 수행자에게 무기가 있다면 변함없이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리의 삶이다. 이를 어기고 외면하면 비틀거리며 세상을 거꾸로 살아가게 된다.

수행자들은 돈과 명예, 명품에도 미련이 없고, 자신도 버리고 남을 위해 살아가기에 이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없다. 보통 사람들은 눈앞의 것만 보고, 먼 것과 미래는 보지 못하지만, 지혜의 눈을 뜨면 먼 것, 미세한 것, 천상계와 지옥,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미래까지 모두를 볼 수가 있다. 해야 할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정확히 구분하여 불필요한 다툼을 하지 않는다. 중생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형상과, 귀는 속삭이는 소리, 코는 향기로운 냄새, 혀는 달콤한 맛, 몸으로는 부드러운 감촉, 뜻은 멋진 생각을 좋아하고 기뻐하며 추구한다.

수행자들은 이런 것들을 길들이고 단속하면서 감각적 욕망의 갈애를 제거하여, 마음을 고요한 상태로 유지한다. 마치 꽃을 좋아하면서도 꽃에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대하면서도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는 그 마음이 실로 무서운 무기이다. 항상 제 갈 길만 가고, 제 할 일을 남에게 미루거나 신세지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힘으로 다해나가기 때문에 원망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또 남을 음해하면 제가 놓은 덫에 제가 먼저 걸려든다는 것도 미리 알기 때문에 남을 음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중생들은 자기편리만 추구하기 때문에 대화와 배려 심을 점차 잃어서 자신과 조금만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이면 멀리하고 관계를 단절해 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가족 간에도 소통부족과 단절로 부모자식 간에도 남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것이 사회적 단절로 이어져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소통이부족하면 사회와 고립된 이기주의자로 전락한다.

만족은 가장 큰 재산이다. ‘나’라는 집착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자. ‘나’라는 집착만 털어버리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진다. 번뇌 망상은 부질없는 생각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나’라는 집착을 버리고, 개방적 성격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여 남들과 공유하라.

가족과 친구들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되면 그것을 함께 나누며 공존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무기는 자신의 이익을 떠난 생활과 정서적으로 안정된 평온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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