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선거의 묘미는 ‘견제와 균형’이다
강남훈 칼럼-선거의 묘미는 ‘견제와 균형’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09 17:1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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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선거의 묘미는 ‘견제와 균형’이다

4·15 총선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10, 11일 양일간 사전투표가 실시되고, 15일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9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보도하는 것이 금지돼 앞으로 남은 기간 ‘깜깜이 선거’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은 물론 각 후보들도 사활을 건 유세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후보들의 ‘대면접촉’이 극도로 제한받고 있어 후보자, 유권자 모두가 답답한 상황이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의석이 걸린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고,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접전지역과 충청지역 등에 화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이번 총선의 초반 기세는 야당인 통합당이 잡았다. 조국사태, 울산시장 선거농단 등 대형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야당의 단골메뉴가 먹혀 들어가는 듯했다. 또 정부의 초기 코로나 사태 대응 미흡까지 겹치면서 야당은 기분 좋게 출발했다. 여기다 보수 세력 통합이라는 큰 산까지 넘어서는 등 호재(好材)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통합당은 이때부터 자살골을 먹기 시작했다. 지난 20대 총선 ‘옥새파동’에 버금가는 공천파동과 당 지도부와 후보들의 잇따른 실언(失言)과 막말이 쏟아져 나오면서 야당의 기대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이른바 ‘자충수’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는 형국이 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초기대응 미흡이라는 국민들의 당초 질책은 ‘역시 방역선진국’이라는 인식으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소득 하위 70%에게(1400만 가구)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등 정부의 각종 지원책 발표는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더 나아가 ‘소득에 관계없이 전 국민에게 지원하자’(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제안까지 나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초기 수세국면에서 ‘국난 극복’이라는 공세국면으로 전환해 표심(票心)을 움직이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중반이후 판세를 기분 좋게 이어가고 있다.

각 당에서 전망하는 판세를 보면, 민주당은 253개 지역구 의석 중 ‘130+α’를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130석 정도를 예상했지만 당초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도권 121곳 중 85곳, 경남·부산·울산에서 12곳, 호남, 충청에서 44곳 등을 우세 내지는 경합우세로 분류하고 있다. 반면 통합당은 110~130석을 확보할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당초 124~130석을 지역구 목표로 제시했지만, 애초 전망치보다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7~8곳이 기존 우세지역에서 경합 또 경합열세지역으로 바뀌고 있는데다 경남·부산·울산 등 PK지역도 몇몇 지역에서 민주당과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 주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8일까지 언론에서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의 우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물론 충청, 강원, 제주지역도 민주당의 후보들이 선전하는 곳이 많아 여당이 얘기하는 130+α 가 ‘과장’이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중앙선거여론조사 심위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물론 상당수 유권자가 투표일 일주일 전부터 표심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흐름이 투표일까지 계속 이어진다고는 단언하기 어렵다. 역대 총선에서도 막판에 판세가 뒤집힌 곳이 많았다.

현재 추세라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모두 47석)까지 합쳐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개헌을 비롯해 여당이 맘먹은 대로 국회를 운영할 수 있어 일당 독주(獨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묘미는 ‘견제와 균형’이다. 어느 한 당의 일방적인 독주보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만 균형을 맞출 수 있고, 민주주의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야당에 힘을 실어 견제와 균형을 복원시켜 달라”고(지난 1일)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독단(獨斷)과 독선(獨善)의 원인이 일당 독주였음을 우리는 수차례 경험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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