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환상의 자전거 길
기고-환상의 자전거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2 14: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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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호/진주시 자전거협회장
설대호/진주시 자전거협회장-환상의 자전거 길

진주의 풍광을 내세울 것은 단연 남강이다. 애달픈 역사가 굽이굽이 서린 강, 주옥같은 옛 노래가 흘러가는 강, 시인 묵객 가슴속에 꿈을 꾸는 강, 바라만 보아도 가슴 저린 강! 이토록 가슴속에 새겨진 강이기도 하지만 바라만 보아도 황홀경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강이다.

진주도심을 굽이쳐 흐르면서 좌우로 진양호 아래로부터 칠봉산벼랑, 망진산 벼랑, 월영산 석벽, 선학산 뒤벼리, 가좌산새벼리 호탄동벼랑으로 이어지며 진주의 절경을 병풍 속의 풍경화처럼 멋스러움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천혜에 감사하며 보전하고 가꾸면서 시민은 즐기며 행복하고 외지인을 불러들여 경제적 보탬도 얻을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효율적으로 다듬기만 하면 금상첨화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벼랑도 정비하고 강섶도 가꾸며 온갖 열정을 끊임없이 쏟고 있다.

그러나 옥에 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풍광에 매료되고 정취에 흠뻑 젖는 선경의 뒤벼리 길은 동방호텔 갈림길에서 깡그리 무너진다. 촉석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남강 강둑의 높은 담벼락 밑을 기어드는 것 같은 압박감으로 얼른 벗어나고 싶은 멋도 없고 맛도 없는 매력 없는 길이고 상평동에서 금산교까지의 강변도로도 마찬가지다. 풍광과는 담을 쌓고 풍취의 정감과는 둑을 쌓아 막혀버린 인정머리 없는 길이다.

만약에 강둑위로 도로가 나 있다면 환상의 도로일 것이다. 진주의 매력이 남강이 아닌가. 범람의 방지와 풍광의 정취를 함께 얻기가 어려웠던 지난 세월이야 이해가 되고 남지만 이제는 허리끈도 제법 느슨해졌으니 서서히 멋을 부려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자동차도로는 시간을 두고 고민하더라도 우선 자전거도시로 자부하는 진주시로서는 시민들의 여가 선용과 건강증진에 더없이 좋은 자전거 길만이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요즘은 소문만 나면 자전거 마니아들이 자전거를 차에 싣고 끼리끼리 몰려온다. 남강을 따라 좌우로 자전거길이 순환하여 원점으로 회귀한다면 하룻밤이라도 머무를 수 있는 진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강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강섶을 따라 이어지는 망경로는 진양호 댐 배수문 바로 아래의 오목교까지가 연결되지 못하고 약수암으로 오르는 비탈길의 시작지점에서 끝나있다. 불과 1Km 남짓한 거리를 잇지 못하고 있어 환상의 코스로 예상했던 자전거 마니아들은 진양호를 코앞에 두고 허망하게 돌아선다. 유장한 역사가 흐르는 강물을 따라 환상의 자전거 길은 언제쯤이면 이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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