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보감-봄에 먹는 귀한 약쑥
도민보감-봄에 먹는 귀한 약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2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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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보감 한의원 원장-봄에 먹는 귀한 약쑥

어린 시절, 봄이 되면 할머니를 따라 뒷동산에 자주 올랐다. 할머니가 쥐어주신 쑥 한포기를 손에 들고는 봄 들판의 수많은 새싹들과 일일이 비해보며 보물찾기를 하였는데, 이 보물이 바로 약쑥 즉 애엽(艾葉)이다.

쑥 애(艾)는 벨 예(乂)에 풀 초(艹)를 써서 ‘질병을 베어 내는 풀’이란 뜻을 가진다. 음력 3월 초와 5월 초에 잎을 뜯어 생으로 또는 말려서 사용하는데 3월 초에는 식용으로, 5월 단오에 채취하여 약용으로 쓴다. 양기(陽氣)가 충만한 단옷날 쑥을 뜯어 집에 두면 질병을 일으키는 귀신이 얼씬도 못한다고 여기던 세시풍속을 보면 쑥을 활용하여 건강을 지키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대한민국약전외한약 규격집에 따르면 애엽은 국화과 생약으로서 황해쑥 또는 산쑥의 잎 및 어린줄기로, 진한 푸른색 잎의 뒷면에 솜털이 있고 독특한 향기가 난다. 비타민A, 비타민C와 칼륨 칼슘 등의 무기질, 항산화활성이 높아 항염증과 항암효과가 기대되는 베타카로틴 뿐 아니라 시네올, 콜린, 아데닌, 유칼립톨 등의 다양한 유효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쑥의 독특한 향은 시네올이라는 정유성분에서 나오는데 대장균, 디프테리아균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소화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하고 염증성 장질환에 효과가 있다. 항균 및 항염작용과 항알레르기 작용이 있어 벌레 물린 곳이나 각종 피부병에 활용할 수 있으며 피부세포의 재생, 피부와 점막을 진정시키고 두발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습진과 아토피치료, 스킨케어 및 탈모방지 제품에도 활용되고 있다.

또한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어 단군을 탄생하였다는 단군신화까지 거슬러가지 않더라도 쑥은 부인병에 특효약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폐경 후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감염억제, 난모세포의 노화 방지, 안태(安胎)효과, 생리통 및 부정기출혈 개선효과, 세균성 질염 개선효과 등이 밝혀져 부인과 질환에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항우울 효과와 항비만 효과도 밝혀져 부작용이 적은 항우울제와 항비만 식품의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호르몬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져 당뇨병 개선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실험실 연구와 동물연구를 통해 강력한 항산화활성을 가져 항암 및 면역억제효과와 뇌허혈성 손상 등의 심혈관계질환의 개선효과도 기대되며, 살충효과도 있어 국화 추출물과 애엽 추출물을 활용한 인체에 무해한 해충 기피용 외용제품도 개발되었다.

한방에서 애엽은 맛이 쓰고 성질이 따듯하고 뜨거우며 간(肝)·비(脾)·신(腎)의 삼음경(三陰經)으로 귀경하므로, 신체의 차가운 기운을 날리고 기혈과 경맥을 따뜻하게 하여 근골격계 통증과 수족냉증, 복통·소화불량·식욕부진 등의 소화기질환과 월경불순·불임·조산 등의 부인과 질환, 감기와 천식 등에서 한습(寒濕)을 제거하는 약재로 널리 사용되나 임신 초기 등에는 금하는 것이 좋다.

쑥은 약재 뿐 아니라 식용으로도 많이 이용되는데, 특히 봄철 입맛이 없을 때 식욕을 돋우어주기 때문에 봄을 대표하는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쑥 털털이(경상도식 쑥버무리)는 추천할 만하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소금과 설탕으로 밑간을 하고 깨끗하게 씻은 생쑥을 넣어 털털털 털어가며 버무린 후 찜채에 올려 중간불로 20분간 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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