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코로나가 앗아간 어르신 경로잔치
진주성-코로나가 앗아간 어르신 경로잔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03 15:2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코로나가 앗아간 어르신 경로잔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의 모든 일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역 민생·경제 부문은 소비와 손님이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네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가게엔 손님 발길이 뜸해진 지 한참되면서 소상공인들은 벼랑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장기간 문을 닫고 있는 가게가 눈에 띌 정도로 경기가 썰렁하다.

문화예술계도 공연과 전시 등이 중단되면서 암흑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종교계도 코로나 사태에서 예외는 아니다. 불교계는 지난 4월30일인 석가탄신일 봉축행사를 윤사월인 5월30일로 한 달간 연기하는 사상초유의 결단을 해야만 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사태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노납에게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것은 40년이 넘게 봄마다 열어 오던 어르신 경로잔치를 올해는 거르게 됐다는 점이다. 노납은 어르신들이 푸대접을 받는 현상을 안타깝게 여겨 지금부터 30여 년 전인 1979년부터 지금까지 연례행사로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그동안 경로잔치에는 연인원 3만여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석했고 여기에 소요된 경비만도 7억여원에 달한다. 행사경비는 절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으로 충당해 사찰수입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노납이 경로위안잔치를 해마다 거르지 않았던 이유는 외로움 속에서 늙어만 가는 어르신들을 보노라면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어르신들은 배고픔을 참으며 궂은일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으로 오늘날 경제부국을 이루신 주역들이지만 마땅한 대우는커녕 소외된 채 살아가는 현실이다. 물질이 풍요해지면서 핵가족 문화의 확산으로 어르신들을 등한시하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어르신들이 대접을 못 받는 것은 고사하고 학대당하고 젊은 세대로부터 ‘짐짝’취급을 당하는 세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어르신들이 푸대접을 받는 것은 우리 고유의 가장 큰 덕목인 경로효친 정신이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경로잔치가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올해 행사는 부득불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내년에는 더욱 알차고 재미가 넘치는 행사로 어르신들을 만나 뵐 것을 약속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