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지뢰밭 걷지 않으려면 ‘비판’과 ‘비난’ 구분해야
세상사는 이야기-지뢰밭 걷지 않으려면 ‘비판’과 ‘비난’ 구분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8.06 15:3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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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지뢰밭 걷지 않으려면 ‘비판’과 ‘비난’구분해야

소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오웰은 네 가지 이유로 글을 쓴다고 했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풍’,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다.

정치적 목적이란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 한다”고 했다.

사람이나 어떤 사건을 평가하는 글은 의견을 표출(表出)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비난은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 비판은 ‘현상이나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밝히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함’이라고 정의돼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이 둘을 무 자르듯이 뚜렷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에 충실한가, 논리와 설득력을 갖췄는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가를 따져봐야 한다.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는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악의적인 중상모략(中傷謀略)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추락시키는 요인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편향된 펜이 찌르는 인격 모독·폄훼는 범죄다.

편 가르기와 유불리를 따져 여론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팩트 폭격’도 문제다.

페이스북, 유튜브, 신문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가짜뉴스’, ‘근거 없는 의혹제기’는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 뿐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인, 고위 공직자, 공인들은 표현에 더 주의해야 한다.

말 한마디 실수와 몇 줄의 글이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인들만 공감하는 ‘사이다 발언’, ‘사이다 글’은 침묵하는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글은 강한 비판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감수성 있는 문장이다.

악성 댓글의 폐해로 ‘선플(착한 인터넷 댓글) 운동’이 시작됐지만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명예훼손·모욕 범죄 발생 건수는 올 1∼6월 까지 8093건으로, 지난해 동기간(7664건)보다 5.6% 증가 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짧은 시간에 광범위하게 전파가 되는 특징이 있다.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디지털 지문처럼 남아 있기 때문에 글에 의한 상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기주 작가는 <글의 품격>에서 “글과 삶은 어느 순간 하나로 포개진다, 때론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쓰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글은 마음의 창에서 나오는 인격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새옹지마처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입장이 바뀌면 내가 썼던 문장이 지뢰밭으로 돌아 올수 있다.

글을 쓸 때는 ‘객관성’, ‘공정한 평가’, ‘윤리적 판단’ ‘공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당신은 절제와 품격, 균형 감각을 가진 펜을 사용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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