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빨갱이는 뭘까?
도민칼럼-빨갱이는 뭘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10 16:0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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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빨갱이는 뭘까?

LPGA프로골퍼인 내 동생은 골프코치를 한다. 주위 사람들이 정치적으로는 대부분 보수라고 한다. 코로나덕분에(?) 모처럼 우리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울린다. 내게 보여주며 웃는다. ‘거리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해 달라고 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그거 해주면 연방제로 가서 우리나라가 모두 공산화 됩니다 주위에 널리 알려 주세요’ 절박함이 묻어나는 문자다. 2018년 소동이 있었는데 아직도 그 문자가 돌아다니는 모양이다. 아는 사람은 웃고 넘기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평화협정 이야기가 진즉부터 있어왔다. 정전국가인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북한과의 교류가 실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데 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협정을 민간단체에서 공론화 시킨 일은 미국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한반도평화협정 촉구 10만인 청원이다. 20여일 만에 공식검토 기준인 10만 명을 넘어섰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한 단체가 코로나사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바로 신천지다. 신천지는 교세 확장을 위해 주로 보수정치인과 교류해 온 곳이다. 그 서명을 기독교 몇몇 목사님들이 SNS를 통해 보낸 문자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다. 평화 좋은 말이지만 현혹되면 안 된다, 전쟁반대로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미군을 철수하게 하고 미군이 철수하면 공산화가 된다. 월남이 그러지 않았느냐며 사례를 든다. 지금 월남은 어떤가? 미국과 잘 교류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스페인독감으로 5000여만명이 사망했다. 2차 세계대전까지 일어나면서 제국주의가 무너진다. 지구촌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눠진다. 자본주의는 뭐고 공산주의는 뭔가? 간단하게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을 바탕에 두고 이윤을 획득하기 위하여 생산과 소비를 하는 경제체제이고 공산주의는 사유재산을 전면 부인하고 빈부의 격차를 없애려는 사상이다.

세계는 지금? 공산주의가 사라졌다. 물론 생산기반의 공동소유를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있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독재와 같이 바라보는데 철저하게 당원에 의해 지배구조를 갖는다. 그 공산주의에 어원을 둔 말이 빨갱이다. 본래는 프랑스어 파르티(게릴라) 파르티잔이 빨치산이 되어 빨갱이가 되었다고도 하고 공산국가가 빨강색을 많이 사용해서 빨강이라 부르다보니 빨갱이가 되었다고도 한다. 어원은 중요하지 않지만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50대 이상의 세대에게 ‘빨갱이’는 매우 무시무시한 말이다.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들은 것이 김대중 빨갱이, 호남 빨갱이라는 말이다. 인간은 논리보다 감정이 우선한다. 처단하고 싶은 사람에 대한 표현의 한마디는 ‘빨갱이’였다. 호남을 소외시키기에 그 말처럼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동서화합을 해치고 마음속 깊은 미움과 서러움을 만든 말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도 그 빨갱이라는 말이 횡횡한다. 지금은 극우보수 입장에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빨갱이’라고 싸잡아 부른다.

그리고 공산화를 걱정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어른들은 사라진 이념을 붙들고 공포에 휩싸인다. 지금 2, 30대 청년들은 개인주의가 침해당할까봐 두려워한다. 신개념의 보수가 생겨나고 있다. 평화협정이 되면 우리가 공산화가 될 것이라는 말은 이해불가다. 미군이 물러가면 북한이 쳐들어온다? 북한도 이미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전쟁으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게다가 이미 우리는 ‘만두 맛’을 보아서 자본주의가 천박하게 가고 있지만 공산주의가 이상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태어난 동물이다. 소유하고픈 마음은 욕망 이전에 욕구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능력이나 운이 있다고 혼자 다 독차지 할 수는 없다. 이 코로나사태 이후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공존밖에 없다. 거리를 두어야 살지만 함께 해야 살 수 있다. 혼자 병을 이겨내고 혼자 식량을 다 만들어 먹고 혼자 자식을 낳아 살 수 없다. 함께 하기 위하여 지금을 견디고 있다. 그런데 생뚱맞은 공산화를 염려하고 죽은 빨갱이란 말을 살려내어 미움을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 밀접하게 모이는 것은 바이러스 확산을 유발 할 수 있다고 막는데 좌파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단다. SNS에서 주고받는 모든 글들을 비판적으로 받아드리지 않으면 요즘 같은 세상에 마음에 병만 키운다. 바이러스로 몸은 긴장해도 마음의 병균은 피해야 후일을 도모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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