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한가위에 나눔실천을
진주성-한가위에 나눔실천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9.27 13: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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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한가위에 나눔실천을

한가위 명절인 추석이 눈앞이다. 추석은 늘 풍성함이 떠오른다. 이웃을 되돌아보고, 풍성함을 나누는 것도 추석 명절만의 고유 풍습이다. 하지만 올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추석이면 고향에 한데 모여 부모 친지 얼굴을 대하고 조상을 찾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예외가 되고 있다. 한가위인데도 자식과 손자들이 고향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수막의 내용을 보노라면 “아범아! 추석에 코로나 몰고 오지 말고 용돈만 보내라”, “아들아! 명절에 안 와도 된다. 며늘아!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라는 것도 있다. “올해 말고 오래 보자꾸나” “이번 추석은 오지 마라.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단다”라는 삶의 지혜를 담은 경구도 있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은 심란한 고향의 부모, 그래서 더 복잡한 자식들의 심금을 울린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그래도 한가위는 한가위다. 추석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많은 음식을 장만하여 잘 먹으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한가위는 결실의 계절에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성묘하는 민족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로 음식들을 장만, 추수를 감사하는 차례를 지내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어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사람들은 풍성함의 모습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소외와 어려움에 대해서는 자칫 무관심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가위의 풍성함과 기쁨의 이면에는 누구 하나 보아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한가위를 보내는 소외이웃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주변에는 소외가정에서 외로움을 겪는 어린이들과 추석이 지난 후에 다가올 추위 걱정부터 해야 하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따뜻한 정과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많다.

어려울 때 일수록 필요한 것이 부처님의 자비와 나눔 정신이다. 자비는 아무런 조건이 없는 나눔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소외된 이웃과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진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그래서 정이 넘치는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로 움츠린 소외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한가위의 보름달처럼 밝힌다면 추석은 참으로 의미 있는 명절이 될 것이다. 한가위의 풍성함으로 나눔의 정을 통해 모두가 행복을 누리면서 코로나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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