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참 이상한 일
아침을 열며-참 이상한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0.27 15: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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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참 이상한 일

국회 청문회를 처음으로 본때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었다. 당시 야당 노무현 국회의원이 “증인은 이러한 사실들을 인정 하십니까?”라고 청문회 증인들을 심문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말은 표준어지만 억양은 경상도식으로 따박따박 심문을 이어가다가 결국 문제의 뿌리를 캐내어 온 국민에게 알려주어 참으로 통쾌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고인이라니.

그 즈음은 야당 의원들이 여당 정부 인사들을 공격하고 여당 의원들은 정부 인사들을 방어하는 질서(?)가 아주 정연해서 헷갈리지 않았다. 박정희 군부정권이 전두환 신군부로 이어지는 때라 군부정권의 고리를 완벽하게 자르는 게 온 국민의 지상목표였다. 끈질기게 이어지는 군부정권의 관련인사에게 야당의원들이 용기 있는 바른 소리로 꼼짝 못하게 다잡는 모습은 대단했다.

그런데 지난 주 청문회 모습은 노무현 대통령 생시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색하다 못해 불쾌하기까지 했다. 여당인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검찰총장이 발언을 하면 여당 의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질타를 하고 야당 의원들은 삿대질을 하다가 책상을 주먹으로 꽝 치기도 하는 그를 격려하고 옹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야당과 총장이 편먹었나?

무슨 말을 했길래 함께 일하는 입장인 여당 의원이 여당 인사에게 언성을 높일까, 가만히 살펴봤더니 여당 인사가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했단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부하가 아니면 상관입니까, 친구입니까” 라고 해서 그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 다른 이는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입니다”등의 말로 그를 질타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그의 말에 야당 의원들의 옹호는 느닷없어 외려 웃음을 자아냈다. 한 야당 의원은 그의 그 말에 앞서 법무장관이 그에 대해 ‘거역’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에게 사용했던 말로 부적절했다며 이를 먼저 사과하라고 했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그 말을 사용했다며 말을 잇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거역’은 일상어이니까.

저녁에 뉴스로 다시 그 상황을 보며 하필 아침에 아들에게 “너 그랬다가 교수님 말씀 거역했다고 찍히는 거 아니니?” 한 말을 상기하고 함께 웃었다. 아무튼, 부하가 됐건 상관이 됐건 상식과 원칙 선에서 각자의 일을 국민이 납득되고 설득되게 하면 될 일이다. 야당이든 여당이든 올바른 일에는 서로 협력하고 그렇지 못한 일에는 이구동성 성토해서 국민 모두가 손뼉 치며 기뻐하는 방향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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