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가을은 아름다운 계절
현장에서-가을은 아름다운 계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02 14: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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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
김상준/제2사회부 국장(합천)-가을은 아름다운 계절

산허리 휘돌아 불어오는 바람에서 서걱거리는 소리 들리면 가을이다. 서녘으로 가는 황혼빛에서 처연한 아름다움이 가을이다.

찬바람이 파고든 가슴 괜스레 울적해지고 어딘가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으면 가을 어제 합천댐으로 만들어진 합천호에는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장관을 이룬다.

바람에 흔들리던 가냘픈 갈대꽃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해거름의 자태 나는 빨간 단풍보다도 하얀 갈대꽃이 더 좋다. 갈대꽃을 보고 있으면 중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또 10월이 지나갔다.

혼자가 아닌 가을만의 둘이라서 더욱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면서 사랑 가득 가슴에 담아 낙엽을 날려 본다. 낙엽이 있어 외롭지 않고 낭만적인 가을 아름다운 가을을 낙엽과 함께 걸어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 친구라고 부르며 하늘에 조각조각 흰 구름도 나를 반가워 새하얀 미소 지으며 해바라기 방긋 미소 지으며 나는 낙엽 밟고 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예쁜 손주 녀석 웃음에 안 그래도 예쁜 가을이 더 예쁘다. 이른 아침을 먹고 가을이 오는 들녘을 걸었다.

세 번의 태풍을 이겨낸 나락 앞에서 고개 숙이는 겸손도 배우고 도랑 옆 코스모스 에게는 하늘거리는 감성을 배운다. 기억이 추억으로 전환되는 시간. 어쩌면 우연이 인연으로 자리 잡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수채화 같은 10월이 아쉽게도 지나갔다.

파란 하늘은 마음에 물들고 붉은 단풍은 가슴에 떨어진다. 가을에 느끼는 남자의 감성이란 이런 것일까. 라디오 방송에서 연속적으로 가을의 노래가 실려 나와 낮게 깔린다.

갑자기 뭉클해져 창문을 열어 먼 산을 쳐다보니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 속으로 들어온다. 바람과 더불어 온 불청객도 있으니 다름 아닌 허전함이다. 갑자기 이 가을도 곧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울컥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을은 책이 잘 안 팔리는 계절이다. 고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가을에 안 팔리는 책을 좀 더 팔아보려고 만들어낸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에 대해서 동의하고 싶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게 된 이유에 관해서는, 농경문화의 유산이라거나, 일제 식민통치 시대에 시작된 것이라거나, 봄여름보다 가을에 몸의 호르몬 분비가 줄어 고독해지기 때문이라거나 등등 여러 가지 말이 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이 아무 때나 책을 잘 읽었다면 ‘독서의 계절’을 따로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요즘 세상에 책 읽기는 더 어렵다. 속도가 느리고 정적(靜的)인 전(前) 근대사회와는 달리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 무시무시한 놈이 나왔다.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기가 그것이다. 스마트 기기는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그 안으로 인간의 모든 정보, 영상/음향 매체, 소통체계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스마트 기기 안에는 책(전자책)이 들어가 있다. 검색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찾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개개인이 두꺼운 책을 수백 권 갖고 있으려면 보유할 공간이 필요한데, 스마트폰 세상에서는 수백만 권이라도 전자책으로 다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을 때 집중하기 쉽지 않고 문해력, 심지어 공감 능력이 퇴보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 각자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올가을은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여행을 포기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스마트 기기가 보편화된지라 종이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독서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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