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쉬는 시간
진주성-쉬는 시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02 14:4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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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쉬는 시간

요즘엔 운전할 맛이 난다.

무작정 차를 몰고 스윽 집을 나서면 신호 받아 대기하는 곳마다 가을 단풍 구경하는 즐거움에 정지 신호가 고마울 때가 있고 매년 보는 길가의 노랑 은행 단풍일지라도 어찌나 곱고 아름다운지 피곤한 운전 길이 행복해지는 시기다.

정원에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아직도 파란색을 띄고 있기에 언제쯤 황금색 단풍이 들까 손꼽아 기다리며 올해 단풍잎이 떨어지면 치우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한국의 수령이 수백 년부터 천년이상 된 은행나무들이 오늘까지 웅장하게 자란 것을 보면 백년도 살지 못한 인생이 허탈하게 느껴지면서 수천억 수십조 재산을 갖고 있어도 단풍나무 아래에서 향기로운 와인 한 잔 마시지 못하고 사랑하고 좋아하는 가족들과 웃고 찾아오는 계절의 아름다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함은 부의 축적에서는 해방되었지만, 자연과 공생함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이룰 수 없었다고 생각이 든다.

삶을 즐기고 행복한 이는 자연의 변화에 눈으로는 색을 보고 몸으로는 바람을 느끼고 잎으로는 제철의 맛을 즐기지만 행복하지 못한 이는 그저 피부에 닿는 ‘춥거나 덥거나!’ 느낄 뿐이다.

눈 뜨자 바삐 출근부터 퇴근까지 많은 일로 바쁜 직장인과 오픈과 마감까지 자리 앉을 시간 없이 쉴틈없는 자영업자들은 너무나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모질게 힘든 군인 훈련도 쉬는 시간이 있기에 버티는 것이고 쥐가 날 것 같은 자전거 오르막길도 내리막길이 있기에 페달을 저을 수 있고 졸음 오는 수업시간도 쉬는 시간이 있기에 앉아 있을 수 있다.

돈으로부터 해방은 가장 큰 복이지만 하루에 쉬는 시간 10분의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는 가장 불행한 사람일 수 있다.

최악의 실업난이라 일자리 없다 하여도 집밖을 나서 무엇인가 찾아보는 이가 멋있어 보이고, 취업했다 쉬지 않고 일하는 직원보다는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동료나 상사에게 건네주는 모습이 현명한 것이며,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그 자리를 떠나 자연에 마음을 맡겨보면 수백 년 천년이상 나무의 지혜가 바람과 색으로 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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