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경업 선생의 ‘천년향’
아침을 열며-김경업 선생의 ‘천년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03 16: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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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김경업 선생의 ‘천년향’

잘 살아야 된다는 말을 누구나 하고 누구나 잘 살고 싶다. 또 나이가 들수록 잘 늙어야 잘 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역시 누구나 그것을 욕심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 살기도 어렵고 잘 늙기는 더 어렵고 따라서 잘 죽기는 말대로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선 잘 살아야 잘 늙을 수 있고 잘 죽을 수도 있다. 여기 후학들이 보기에 잘 사는 모습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야, 라고 종주먹을 들이대며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 ‘잘 사는’ 사람은 더러더러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잘 사는 모습은 저마다 다를 수도 있다. 돈이 많은 것도 잘 사는 모습일 수 있고, 거기다 권력을 더할 수도 있고, 종교적으로 높은 지도력을 발휘하는 사람도, 학문적으로 평생토록 진지하게 애쓰는 것도 잘 사는 모습일 것이다.

여기 소개할 김경업과 장희구 두 사람은 후자에 속하는 분들이다. 애초 학문이란 것이 결국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생겨난 것이고 보면 학문에 종사하는 학자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퇴임할 때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오히려 젊었던 시절보다 더 왕성하게 자신의 인생과 학문의 진보를 위해 노력한다면 후학들이 보기에 얼마나 존경스러운가 말이다. 이 두 분처럼.

<천년향>은 시도 싣고 수필도 실은 참 예쁜 책이다. 김경업 선생이 쓰고 장희구 선생이 해설을 썼다. 정작 책을 예쁘게 꾸민 일은 웹디자이너 김초롱이 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을 테니 여기서는 논하지 않기로 하겠다. 김경업 선생은 원래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그 분야에서 이미 일가를 이뤘다. 초기 컴퓨터 상용화에 공헌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문학쪽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문학박사 장희구 선생이 띄엄띄엄 보여주는 김경업의 시를 보고 “형님, 시가 좋소. 시집을 내도록 허셔유” 등의 좋은 말로 바람(?)을 넣으며 격려해서 <천년향>이 나오게 되었다.

서로 형님 아우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알뜰살뜰 이끌어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옆에서 뵈면 마치 천년향 나무그늘 아래 있는 것처럼 든든하고 고맙다. <천년향>에 수록된 작품들 또한 진지하게 나이 드신 분들 만이 낼 수 있는 향기나 난다. 젊은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삶의 철학이 깊이 녹아 있다. 그렇다고 병원 신세 한 번 지지 않는 강골들도 아니어서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며 병원을 들락거리시면 서도 회복해서 또 시를 쓰고 수필을 쓰고 평론을 하는 걸 보면 더 오래오래 강건하시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그래야 후학들이 본보기삼아 인생을 잘 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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