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경주 최부자 댁의 교훈올해 코로나19의 극성으로 모든 국민의 경제가 어렵게 되자 이 난국을 함께 극복하고자 임대인이 월세를 깎아주는 미담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덕(德)을 쌓는 일이고 복(福)을 짖는 일이다.
옛날 악덕 지주(地主)는 흉년이 들어 아무런 수확이 없어도 정한 수곡은 꼭 받아 챙겨, 소작인들은 죽도록 고생만 하고 빚을 내어 수곡을 냈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작권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원성이 쌓이니 어찌 망하지 않겠는가.
반면 앞서 임대인이 월세를 깎아주는 것처럼 선업(善業)을 쌓고 복을 짓는 부자는 주변의 보호를 받아 오래도록 그 부(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자는 길어도 3대를 못 간다는 옛말이 있지만 경주의 최부자 집이 무려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으로 오랜 기간 부를 누릴 수 있었던 데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면서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 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 1년에 3000석을 마련하여 가용에 천석, 조상을 섬기는 일에 천석, 손님접대에 천석을 썼다고 한다.
네 번째는 흉년에는 남의 논, 밭(토지)을 매입하지 말라.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어 싼 값에 내 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시집온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아무리 부자라도 사치와 낭비를 하지 말고 근검절약을 생활신조로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라.
실로 신선하고 감동적인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후덕한 마음으로 나누고 베풂으로서 그 부를 300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고, 최부자 가문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1884~1970)님의 결단은 또 하나의 인생 사표(師表)가 아닐 수 없다. 후학을 기르기 위해 영남대학의 전신인 대구대와 청구대를 세웠고, 백산상회를 세워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자금을 지원했으며, 마지막으로 1950년에는 전 재산을 대구대학에 기증하는 위대한 결단을 내렸다고한다.
오늘날 신문과 방송을 어지럽히는 권력자나 재벌2세의 비리나, 형제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을 보며, 경주 최부자 댁의 숭고한 육훈을 본받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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