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
진주성-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11.08 15: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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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사찰인 수진사가 개신교 신자의 방화로 소실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 왔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인에 의한 사찰 방화 피해는 부산 범어사, 여수 향일암 등 다수에서 발생했고, 불상 훼손도 멈춤 없이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개신교인에 의해 자행되는 사찰방화를 근절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에서의 성시화 운동이나 개신교인의 사찰 땅 밟기, 방송언론에 의한 종교편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종교차별과 편향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종교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몰상식한 일이다.

수년 전 터키의 이슬람 사원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이슬람 지도자 옆에 나란히 서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교황은 이슬람 예법을 따라 신발까지 벗고 침묵의 경배를 했다. 파격적으로 타 종교에 대한 최고의 존중을 드러낸 교황의 모습에서 전 세계인들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그것은 차이와 타자를 인정과 배려로 바꾸려는 거대한 메시지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처님 오신날에 신부님이 절을 찾아 봉축을 하고, 성탄절이 되면 스님이 성당을 방문해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는 언론보도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곤 한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진주에서는 스님들과 신부님들이 축구시합을 벌이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하느님의 사랑을 공유할 정도로 종교 교류가 이어진다. 이러한 모습은 차이를 인정하는 포용을 통해 독단으로 흐르지 않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꼭 기억해야 할 덕목이다.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한 법이다. 내 것은 귀하고 소중하면서 남의 것은 무시하고 천하게 대하면 나의 소중함도 의미가 없다. 내가 믿는 종교가 소중하듯이 남이 믿는 종교도 소중하므로 존중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가치 있고 귀중하듯이 남이 하는 일도 고귀한 것이다. 때문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다단한 곳이어서 독단을 내세우며 살 수가 없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독선과 아집에 빠진 사람들이 공존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세상을 제대로 사는 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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