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네가 판사냐?어릴 때부터 커고 작은 다툼이 생기면 “네가 하느님이야, 네가 판사냐고?” 해서 상대의 기를 꺾곤 했다. 반대로 좀 잘난 척하며 기선을 잡고 잘 나가다가 상대가 정색을 하며 “웃기네, 네 말이 법이야, 네가 판사냐고?”하면 갑자기 할 말이 없어 기가 꺾이곤 했다. 당하는 그나 나는 분명 판사가 아니니까.
그만큼 판사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다. 아니 판사는 판사일 뿐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 위대한 그 무엇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판사도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자꾸 생긴다. 이웃들은 이제 그 말 대신 “판사면 다여, 아무리 판사도 사람이지만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한다.
정의는 약자의 편에서 배려될 때 더욱 값진 빛을 발한다. 그런데 약자가 고발했는데 강자가 무죄라고 판결해버리면 정의는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양보해서 약자의 편을 들어달라기보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상식에 맞게 판결하면 우리는 판사를 끝까지 존경할 습관이 남아있다.
마치 사실처럼 믿고 의심 없이 넘어가는 아주 오래된 습관도 자꾸자꾸 상식을 뒤엎어버리면 우리 서민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도 그런 경우가 반복되면 진실을 탐구하게 된다. 사람이라는 건 한번 의심하고 탐구하면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낸다. 대개의 사람들은 각자의 뇌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총력을 받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의심이 발동하면 무심코 내버려두었던 뇌를 부지런히 일을 시킨다. 지금 우리 서민이 그런 듯하다.
얼마 전에는 판사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재가까지 한 검찰총장의 징계건을 일거에 무산시켜서 국민들을 당황하게 했다 . 그 며칠 전에는 또 국정을 농단에 깊이 가담한 어떤 재벌총수에게 2년 6월의 가벼운 실형을 선고했다. 그보다 두어 달 전에는 위조했다는 증거도 불충분한 표창장에 대해서는 4년이라는 무거운 실행을 선고해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 우리 이웃들은 하느님에 버금가는 뜻으로 “네가 판사야?” 하는 대신 진실과 죄와는 거리가 멀게 자기 멋대로 판결하니 기가 막혀서 비명처럼 “네가 판사야?”라고 소리칠 것이다. 이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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