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동섭/진주문화유산원장
심동섭/진주문화유산원장-설날의 추억민족의 대 명절인 설날이 1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올해는 2월12일이 음력 초하루 설날이고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한다. 설 전날은 섣달 그믐날로 작은설이라고 하며 여러 세시 풍습이 있었다.
옛날 궁궐에서는 윷가락을 던져 한 해의 운을 보거나 대문과 창문에 동물의 그림을 붙여 잡귀를 쫓았다고도 한다. 또 까치설날이라고 하여 어린 아이들은 미리 성급하게 설빔으로 갈아입기도 했으며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희어 진다고 하여 쏟아지는 잠을 참기도 했으며, 야광귀가 아이들 신을 훔쳐간다고 하여 신을 감추기도 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도 설이 오기 전 새 옷과 배구두(운동화)를 사놓고 빨리 설이 오지 않아 애타게 손꼽아 기다리기도 하였으며 새 운동화를 머리맡에 놓고 자기도 했다.
설날 아침이면 각 가정에서 대청마루나 큰 방에서 차례를 모시는데, 제상에는 떡국과 설음식을 갖추어 놓고 평소 제사에는 3잔을 올리지만 명절엔 단잔을 올린다. 설날 차례를 마친 뒤 조부모, 부모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면 세배 돈도 톡톡히 생기는 날이었다. 떡국과 설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 선조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일가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가서 세배를 드린다. 세배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이 모여 집집마다 온 동네를 돌며 어른들을 찾아뵙는데 이때 어른들은 각종 덕담도 들려주고 우리 집에서 보지 못하던 색다른 음식도 주곤 하여 매우 신나던 날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어른들은 세배를 받는 즐거움보다 쉴 틈 없이 찾아오는 세배꾼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으리라 짐작된다. 또 며느리들은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음식상을 차려 내어놓아야 하니 얼마나 큰 고생이었겠는가.
설 다음날엔 친구들이 모여 썰매타기 팽이치기 연날리기 딱지치기 널뛰기 등 1년 중 가장 재미있던 시기가 설 명절이었다. 요즘에는 젊은 여인들 간에 명절 증후군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상한 말이 생겼지만 그래도 그때가 이웃 간에 정이 있고 나눔이 있고 사람 사는 맛이 나던 시절이었다. 올 설에는 코로나19 관계로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한다고 하니, 그때 그 시절 설명절의 추억이 아련히 향수에 젖게 하고 그리운 시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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