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코로나19 속의 설 명절
진주성-코로나19 속의 설 명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07 14: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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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코로나19 속의 설 명절

설 명절이 눈앞이다. 손자들과 함께 고향 집에 찾아 가는 것이 부모에게 하는 가장 큰 효도였는데,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이젠 이마저도 고민거리가 돼 버렸다. 올해 설은 코로나19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설 명절이면 고향에 한데 모여 부모 친지 얼굴을 대하고 조상을 찾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로 예외가 되고 있다.

설 명절인데도 자식과 손자들이 고향을 찾지 않기를 정부 차원에서 권장할 정도다. 5인 이상 모임금지 조치로 설 명절인데도 가족조차도 제대로 모일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설에 부모님을 찾는 것이 자칫 불효자가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명절 증후군을 피하고 싶은 며느리들이 코로나19를 핑계로 시댁 집을 가지 않아도 된다며 내심 안심하는 세태마저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설 명절은 자손들이 모여서 조상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조상에 대한 음식공양과 함께 깨우침의 이치를 들려 드리려 진리공양을 함께 해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설날에 우리 모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친척을 만나 안부를 전하고 회포도 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우리 명절의 취지가 그래도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명절이 설인 셈이다.

올해 설은 전에 없이 우울한 분위기다. 정체불명의 괴질인 코로나19가 1년이 넘게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벼랑위기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 보니 설이 임박했는데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설 대목경기가 실종됐다고 울상이며, 서민들은 생활이 갈수록 궁핍해 진다며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명절이면 가장 힘든 사람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불우 청소년과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등 우리사회의 소외 계층들이다.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내는 것이 설 명절의 미덕이지만 나눔이 갈수록 시들하다고 한다. 정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다.

부처님은 자비정신을 강조하셨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누는 것이 자비이다. 이번 설 명절에는 나눔의 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행복을 누리면서 코로나19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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