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연습장 샷, 골프장 샷며칠 전 설날 연휴도 끝나고 진정으로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되었다. 오랜만에 골프장에 갔더니 벌써 잔디의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고 양지바른 곳은 쑥도 돋아나고 있었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무의 봉오리도 맺혀져 있었다. 코로나19로 세월은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 그리고 영업제한 등으로 어수선하지만 자연의 신성(神聖)한 변화는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부쩍 골프 연습장에도 손님들이 늘었다. 늘 다니던 연습장이라 새로운 얼굴의 들고 남이 바로 느껴지기에 ‘아~ 손님들이 늘었구나’를 금방 알 수 있다. 레슨 프로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만연하다. 특히, 젊은 층의 등장이 눈에 띈다. 듣자하니 자기에 대한 투자라고 한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던 사람들도 하늘 길이 막히는 바람에 발길을 골프 연습장으로 더 나아가 실제 골프장으로 돌리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어찌 되었던 빈 타석(打席)을 얻기가 그 전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심리적 긴장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나는 초보자다, 그러니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수해도 괜찮다, 현장 경험치를 쌓기 위해 온 것이다’ 등으로 자기 위안을 통해서 편안한 심리 상태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그 어느 중고수도 초보자의 길을 걷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두 번째 차이점은 반복성에 있다고 본다. 대개 연습장에서의 주어진 시간은 60~90분 정도이며 약 200~250개 정도의 볼을 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은 드라이브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야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이브샷만 연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렇게 많이 치는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체력이 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드라이브샷 200개를 반복해서 치는데 오히려 잘 안 맞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는가! 짧은 거리의 어프로치샷이나 아이언샷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연습장이다 보니 마음마저도 편안한 상태에서 그것도 동일한 장소(평평한 연습타석)에서 반복되는 샷이 안 맞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골프장의 상황은 어떤가? 앞서 언급했듯이 심리적으로 매우 긴장되어 있다 보니 신체적으로도 모든 관절과 근육이 긴장되어서 갖고 있는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연습장에서의 평평한 장소는 티잉 그라운드(teeing ground)를 제외하고 실제 골프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 경사져있다.
특히, 거의 모든 골프장이 주로 산을 깎아서 만든 골프장이라 그 경사도는 더 심하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동일한 상황에서의 샷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보면 된다. 다른 것이 경사도뿐이겠는가? 잔디의 상태, 공이 놓인 상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온도, 습도 그리고 바람의 다름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그러니 연습장에서 그렇게 잘 맞던 공이 실제 골프장에서 잘 안 맞든다는 하소연은 그냥 초보자의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다. 20~30년 구력(球歷)의 중고수도 어렵다는 골프가 초보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부터 골프장에서의 잘 안 맞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골퍼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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