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
아침을 열며-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2.21 13: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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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박문수/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

한국 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가족계획정책이 시행된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Baby Boomer)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역들이다.

이제 이들 대부분이 은퇴를 맞이하는 시점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녀세대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갈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현재 베이비부머들의 가장 큰 걱정이 자녀들의 취업과 자립이다. 최근 자녀세대들이 취업난을 겪으면서 취업과 결혼이 늦어져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함께 자녀에 대한 지출의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가정도 넉넉하지 못했으며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환경과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스스로 홀로설 수 있는 지혜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교육은 신분상승의 기회였기에 자신만 열심히 한다면 공부를 통해 대학을 나옴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베이비부머들은 자녀를 하나 둘만 낳아 정성스럽게 키워냈다. 출산율은 1960년 6.0에서 2019년 0.92로 떨어졌고, 출생자수는 1971년 102만4770명을 정점으로 2020년 27만5815명으로 떨어졌다.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과 지원을 듬뿍 받고 자라게 되고, 대학 정원이 인구를 넘어서면서 사실상 모두가 대학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무한 경쟁시대가 되면서, 유치원부터 선행학습이 이루어지고, 대학졸업학력은 기본에, 외국 어학연수와 각종 자격증이 있어야 겨우 취업할 수 있게 되는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끝없는 경주가 펼쳐진다. 자칫 이러한 경주에서 탈락할 경우 집·결혼·자녀와 같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조차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대학은 더 이상 성공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이들에게 대학 교육은 신분하락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부모의 과잉보호가 자녀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여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책가방 챙기는 것이 다 엄마의 몫이다. 어른으로 성장을 해도 부모 의존도가 많이 나타나 취업과 독립의 의지가 극히 박약해진다.

코로나 쇼크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어 소비절벽으로 이어지는 현상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그중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쉬고 있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특히 취업의사와 일할 능력이 있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구직 단념자’의 증가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이들 대부분이 청·장년층으로 15~39세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 부모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자녀들의 인생과 미래 설계를 도와주고 싶지만, 이들 부모와 자녀가 겪고 있는 시대의 환경이 너무 다르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어른세대와 자녀세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 또한 긴 역사 속에서 계속 반복되어온 패턴이기도 하다. 즉,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어른들은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 그들의 삶의 경험이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인간들의 교육 지침서인 <탈무드>에서는 ‘자녀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고 하고 있다. 현실을 사는 대부분의 부모님의 마음은 자식들에게 무엇이라도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식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현실의 만족 보다는 장래에 잘 살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 백인계로서는 처음으로 세계은행 총재로 일하였던 김용 총재는 대학시절 아버지로부터“살아남으려면 기술을 배워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로 보아 부친은 매우 실용적인 사고를 가지신 분 이었다고 생각되며, 필자는 이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기술보다는 학력이나 학문적인 스펙을 중요시하지만, 필자는 경기가 어려울 때 일수록 취업에 성공하여 평생직장을 갖기 위해서는 주저 말고 기술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기술을 배워 스펙을 추가하는 것이야 말로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가장 확실하고 성공 가능한 대책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는 약 40여 년간 기술 분야 직업능력개발 교육을 담당해 오면서 많은 청년들에게 기술을 통하여 평생직장을 알선해 왔다. 다소 늦게나마 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서 찾아온 청년들의 대다수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좋은 직업교육이 있는지 몰랐다”고들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전공분야에 취업하지 못한 청년들은, 다년간 화이트칼라를 꿈꾸며 다시 공부를 했지만 성공하는 확률이 매우 낮았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기술을 배우고자 마음먹은 것이 참으로 잘 되었다며, 기술 습득에 매진하는 청년들을 볼 때 그들이 “고기를 잡는 법을 알아냈구나!”라는 생각으로 흐뭇하다.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는 노동부 산하 국책특수대학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기술을 배워 평생직장을 갖고자 하는 의욕 있는 청년들에게 국가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이미 43년의 역사를 통해 약 6만 여명의 기능·기술인을 배출하여 경남 서부지역의 업체는 물론 전국의 유수 기업체에 취업을 하여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제 폴리텍대학은 교육의 내용과 성격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전문대학 이상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57% 정도이다. 과거의 단순한 기능연마를 탈피해서 교육생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력만으로 취업이 어려운 요즈음 폴리텍대학은 기술을 배워 ‘학력+기술’로 취업을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기업체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기술을 통해 맞춤형 인재로 키워짐으로써 전원 해당업체로 취업하게 되며, 취업 이후에는 자신의 ‘전공’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가질 수 있게 된다. ‘영문학’을 전공한 학생이 기계 기술을 배워 해외 기술 영업 전문가로 활약하거나, 용접기술을 배워 호주, 싱가포르 등에 고액 연봉으로 취업하는 등 여러 가지 사례가 있다. 그들은 평생 스스로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는 이런 청년들을 위해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잘 준비하고 있다. 청년실업자를 위한 전문기술과정(주간1년)을 오는 2월 말까지 모집하고 있다. 누구라도 기술을 배워서 취업의 문을 열겠다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모든 학과가 국가의 기간산업분야에 필요한 기술로서 한 번 배워 놓으면 평생 직업을 책임 질 수 있는 기술들이다. 교육비는 전액국비로 무료로 실시되며, 매월 훈련수당과 교통비까지 지급하고 원거리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2021년도는 우리 진주캠퍼스를 통하여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값진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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