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진주성-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3.21 14:2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난 20일은 24절기의 하나인 춘분(春分)이었다. 춘분은 경칩(驚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있으며, 이때에 춘분점(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에 들어 태양은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고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준비에 바쁘기 시작한다.

춘분은 말 그대로 봄의 시기를 일컫는다. 춘분 이후 본격적으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우리 몸도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추운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이 열리면서 활력을 되찾는 시기이다. 그래서 춘분은 시작과 풍요, 부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계절의 시작이며, 한 해의 시작이고, 또한 농사 준비의 시작이다. 춘분을 통과하는 봄은 모든 만물이 생명의 근원을 다시 얻어 소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본다. 이는 현재의 세상 즉 사바세계에서 멀리 떨어져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를 말하며,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이르는 열반의 세계를 일컫기도 한다. 그러므로 '봄의 피안'이라고 하면 봄에 그런 경지가 되도록 수행하는 시기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불가에서는 봄이 되면 수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는 것이다.

하얀 목련과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가 만개하고 이른 곳에서는 벚꽃이 수놓는 찬란한 봄이 왔지만 완연한 봄기운과는 달리 우리네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봄이 되면 지루했던 겨울을 벗어나는 희망의 기지개를 펴고 곳곳에서 봄을 반기는 봄꽃축제의 기대감에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봄도 지난해에 이어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춘풍을 뒤로 하고 코로나19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캄캄한 터널 속을 걷고 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괴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은 눈앞에 적이 보이지만 이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여기저기서 마구 감염시키고 있으니 이것은 바로 재앙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가 이른 시간에 종식되라는 희망적 예측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서로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 기꺼이 감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봄꽃놀이에 나서고 기쁜 마음으로 청첩장을 건네고 받는 시절이 돌아오기를 희망한다. 춘래불사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