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여구두연(如救頭燃)
칼럼-여구두연(如救頭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13 13:3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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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 문산 여래암 주지-여구두연(如救頭燃)


오늘날 부귀권력과 명예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사람도 어느 한순간에 휙 사라지게 된다.

법구경엔 ‘남을 헐뜯지 않고 노여움과 인색함에서 떠난 사람, 마음에 맞거나 맞지 않거나 조금도 개의치 않는 사람, 좋다 싫다를 모두 버리고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아 모든 속박으로부터 훨훨 날아가 버린 사람,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하였다.

모든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을 낮추고 마음공부를 하는 것뿐이다.

희로애락의 원인도 마음에서 일어나고, 모든 일의 결과는 원인을 짓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것은 유무식이나 지위고하, 부귀빈천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마음공부다. 그들이 마음공부를 조금만 하여도, 탐욕, 분노, 어리석의 다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요동치고 있는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선가귀감>에서는 여구두연(如救頭燃)이라, 마음공부는 ‘머리에 붙은 불 끄듯이 하라’하였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서로 극심한 대립과 경쟁 속에 TV토론 때도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머리의 항문(肛門)인 입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다툼만 이어간다.

상대방의 약점과 치부를 들추고 비난하며, 진흙탕 싸움을 전개하는 살벌한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TV를 끄게 만든다.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고, 국민감정에 기름을 퍼붓고, 불을 붙이며 무책임하게, 상대를 원수 대하듯 무자비한 저주와 모욕을 주기 일쑤다.

자신도 떳떳하지 못하면서 거짓말을 일삼다가 들통이 나서, 자신의 비밀이 밝혀지는 날에는 엄청난 폭발력 때문에 그동안 누렸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고난 뒤에 나오며, 그것은 바람을 거슬러 흙을 뿌려서 그 흙을 자신이 뒤집어쓴 꼴과 같다. 정치인들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고, 참회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입만 열면 ‘나는 잘못 없다. 네가 문제다. 네가 바뀌라, 네가 항복해라’며 삿대질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며, 소름끼치는 광기의 행태일 뿐이다.

원한보다 인간을 빨리 소멸시키는 것은 없다. 남에 대한 원망과 원한을 거두도록 하라.

힘 위에 힘이 있고, 칼 뒤에 칼이 있다. 민생보다는, 오직 자신들의 야망만 쫓아가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총동원하는 부질없는 짓을 중단해야한다. 항상 상대방만 탓하며 상대가 백기투항 해오기를 바라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는 원결을 풀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보라.

셰익스피어는 “사람은 비수를 손에 들지 않고도 가시 돋친 말속에 그것을 숨겨둘 수 있다”하였다. 세상에 불로써 불을 끄는 사람 없고, 물로써 물을 씻는 사람도 없다.

지금처럼 서로 얽히고설키고, 꼬이고 뒤틀려만 있으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교가 지향한 바는 첫째,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고, 교정하여, 안락한 공동체사회로 가는 것. 둘째, 서로 나눔의 정신으로 상생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셋째, 인명중시와 생명존중의 사회로 나아가는 것. 넷째, 물욕을 줄여서 작은 것,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의식의 변화. 다섯째, 가진 자들의 횡포를 막고, 권력에 의한 차별을 없애는 것. 여섯째, 부정부패를 없애고, 정의와 평화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삶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어주기 바란다. 선거만 끝나면 그 화려한 공약들은 다 휴지통으로 보내버려도 되는 것인가. 표현의 자유라면서 막말을 퍼붓는 언행을 중단하라. 자기들끼리만 잘 뭉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착각도 버려라. 지금이라도 헛꿈 꾸지 말고, 지도자다운 언행으로, 국민들이 지도자들의 언행을 본받을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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