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과학발전에 좀 더 투자를(2)
칼럼-과학발전에 좀 더 투자를(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26 14:4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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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과학발전에 좀 더 투자를(2)

구한말 조선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흉년으로 길가에 버려진 아사(餓死)한 시신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흉년이 들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무수한 사례들이 중국과 한국의 <실록>에 남아 있다. 식량이 부족한 것이 제1원인이었으나 교통이 발달 하지 않아 식량을 기근이 발생한 곳으로 제때 신속하게 옮기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나라 전체적으로 식량이 여유가 있어도, 국지적으로 굶어죽는 일이 발생했다. 지금처럼 기차·자동차·비행기 등의 교통수단과 도로가 발달했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과학문명의 도움이 없다면 73억 명이나 되는 인구를 잘살게 할 수 없다. 일부 못사는 나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산다. 인류역사상 이렇게 잘 산 적이 없다. 인구도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예전에는 산욕열·마마·수두·홍역이 걸리면 죽었다. 지금은 의학의 발달로 이런 병으로 죽는 일은 없다. 질병의 치유는 믿음이나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의학의 영역이다. 그런데 어리석은 종교에 빠진 사람들은 가끔 이런 질병들을 종교에 의지하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예전의 40세에서 지금의 80세까지 두 배로 늘어난 걸 보면 우리는 지금 과거에 비해서 선세(先世)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모두 과학의 힘이다. 농업혁명·화학비료·농기구기계학·석유·전기에너지·비닐화학·경제학·섬유학·토목공학·건축공학이 없으면 인구를 유지하지 못한다. 이에는 과학기술의 공이 지대하다. 자유민주사회를 이룩한 정치·사회제도 개혁의 공도 있으며,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저장하는 화폐를 다루는 경제학의 공도 크다.

원시시대 인간의 평균수명은 20세 정도였다. 그러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유아사망률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급격히 줄어 지금은 100세 가까이로 수명이 늘어났다. 과학기술이 점차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까닭은 ‘NBIC 융합’ 때문이다. 그동안 각각 발전해 오던 나노기술(N), 바이오기술(B), 정보기술(I), 인지과학(C)이 하나로 모이면서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제는 인체를 기계처럼 고치면서 천살까지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평생 아픈 곳 없는 ‘완벽한 인간’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질병을 일으키는 DNA 염기서열 제거, 3D프린터로 인체 장기 만들기, 인공지능 장치에 인간 뇌기능 결합도 현실이 된다.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첨단 전자장치를 망막이나 대뇌 피질에 장착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태아 유전자를 진단해 질병 가능성이 높은 아이를 골라내는 일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지나면 식당에서 메뉴 고르듯 예쁘고 똑똑한 자식만 골라 낳을 수도 있다. 정자와 난자의 결합 없이도 인공 자궁에서 아이를 키워 낳는 일도 가능하다.

또 로봇과 사랑을 나누는 일도 가능하다. 남녀 간의 성생활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2030년쯤 우리는 나노 크기의 정자 부품을 삽입한 뇌 덕분에 우주를 창조한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10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예견하고 있다. 10년 후 어떤 세상이 도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과학자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1970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자크 모노(1910~1976)는 ‘유전자의 크기는 워낙 작아서 이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염색체 배열 분석은 이미 2003년 이뤄졌고, 2025년이 되면 인간은 자신의 DNA 염기 서열을 완전히 알게 된다. 일부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40년 내로 수명이 무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즉 이러한 기술을 먼저 도입하는 나라일수록 세계질서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의식이 없는 무한수명의 단세포동물에서 출발하여 의식이 있는 유한수명의 다세포생물인 인간은 과학이라는 배를 타고 다시 무한수명을 향해 우주공간을 달려가고 있다. 단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윤리와 철학문제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세계 1위인 한국의 반도체 투자는 경쟁국과 비교해 정부차원의 투자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개별 기업의 투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초 2030년까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연구·개발에 예산 1조원을 투입한다고 했지만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연구·개발 투자비 21조2000억원의 20분의1 수준이다. 현재는 국제패권의 중심이 반도체와 배터리이다. 정부에서는 과학발전에 더 큰 투자와 인센티브가 있기를 권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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