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마음의 나침반
도민칼럼-마음의 나침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4.28 16:1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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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마음의 나침반

얼마 전 외가에서 전화를 받았다. 오래 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외가와 먼 친척이신 어른의 아들이 큰 성공을 하신 사업가인데 현재 대학생인 후손들에게 소액의 장학금을 준다는 소식이었다. 촌수를 따져 봐도 거의 남이나 다를 바가 없고 생전 만난 적도, 또한 앞으로 만날 일도 없을 것 같은 관계라서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왜 그런 일을 할까싶어 이유를 알아보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때 외할아버지께서 생전에 주변 어려운 이웃들과 그 가족들을 돌보는 선행을 많이 베푸셨다고 한다. 대부분 도움을 받고 잊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척의 아들은 받았던 도움을 마음속에 간직해왔다는 것이다. 그 후 사업에 크게 성공하였는데, 외할아버지는 오래 전 돌아가셨으니 후손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주변에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내가 겪어본 적은 처음이라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면서 사람의 마음속에 만들어진 감사함과 삶의 가치가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앞으로 나도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되는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왔으니 앞으로 또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살까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 일은 마음속에 다른 각도의 화두를 던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였다. 즉, 지금까지는 내게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성취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도움을 주며 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장학금이나 재능기부로 주변에 도움을 주어 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겠다는 그 가치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마음속에 나침반을 가지고 사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삶의 방향이 된다.

어려서 읽었던 이솝우화 ‘햇님과 바람’의 이야기는 나이가 들수록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지나가던 나그네의 옷을 강한 바람이 벗기지 못했으나 따뜻한 햇님은 나그네가 옷을 자발적으로 벗게 만들었다. 이처럼 인간을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은 강압적 자극이라기보다는 부드럽고 따뜻한 자극이라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우리가 자주 체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사건사고들이 가득하여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더욱이 COVID-19로 인해 물리적, 심리적으로 위축된 시간이 언제까지 길어질까 불안한 요즘에는 부정적인 뉴스가 더욱 큰 좌절감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의 재산을 후진양성에 사용하도록 교육계에 기부하거나 크고 작은 선행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면 그러한 행동에 존경과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일상을 뒤흔든 팬데믹으로 인한 시간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외부의 어떠한 변화에도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야하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야한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나침반을 기반으로 큰 범주 내에서 서로 위하며 살 수 있는 지혜를 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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