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전국시대 때 제나라의 대신인 추기(鄒忌)라는 사람은 용모가 당당하고 키가 8척(尺)이나 될 만큼 체격이 우람하고 인물이 좋았다. 추기와 같은 성(城)에 사는 서공(徐公)도 훌륭한 인재이자 유명한 미남으로 꼽혔다. 어느 날 추기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차림새를 자세히 살폈다. 늘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을 가졌던 추기가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소?”부인은 남편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대답했다. “당연히 당신이 더 잘생겼죠. 서공이 당신에게 비교가 되나요?”추기는 그래도 만족하지 않았다. 서공은 모두가 인정한 미남인데 자신의 외모가 그에게 못 미칠 까 싶어서 대문을 나서기 전에 첩에게 또 물었다.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소?”첩이 대답했다. “대인이 서공보다 더 잘생기셨습니다. 어찌 서공을 대인과 비교하십니까?”추기는 그제야 만족하고 문을 나섰다. 그날 오후, 추기는 그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찾아온 손님에게도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 나와 성 북쪽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잘생겼는가?” 찾아온 사람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서공이 대인의 인물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소. 대인이 서공보다 훨씬 더 잘생겼소” 추기는 손님의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
“알고 보니 이들이 내게 아첨한 것이구나! 부인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날 편애해서이고, 첩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가 무서워서이고, 손님이 내가 더 잘생겼다고 말한 것은 내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로구나. 하마터면 주변 사람들의 아첨에 진정한 내 모습을 모를 뻔했구나!”추기는 반성을 통해서 자신의 자부심이 실은 아첨에 눈이 먼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깨달은 것에 있다. 훗날 추기는 이 일을 예로 들어 제나라 왕이 아첨에 빠져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성공적으로 설득시켰다. 그 결과 제나라 왕은 언로를 활짝 열고 연나라,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에서 찾아온 인재를 받아들였다. 추기가 군주를 도와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겸손하게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칭찬을 들을 때 정신을 또렷하게 차려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고개를 조금 숙이면 사람들을 대할 때 결코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할 때 어느 정도 남과 비교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비교는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보다 나은 사람을 본받고 열심히 노력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꼭 주의할 것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 비교하여 질투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질투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만하여 우쭐대고,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우선하게 된다. 이런 사람이 위험하다. 이런 심리가 있는 사람은 마음이 편협해서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남을 원망하고 괴롭히고 해코지하기도 한다.
옛 중국 동한의 철학자 왕충(王充)은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고, 묻지 않아도 스스로 깨달은 자는 고금을 통틀어 있는 적이 없었다’라고 했다. 사람의 도리를 하거나 일을 할 때의 전제 조건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아는 것이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아는 체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가장 큰 위선이다. 사람은 대부분 자아의 세계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한없이 광활한 세상에서 진실로 자신을 알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사람의 귀함은 자각할 줄 아는 것에 있다.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들으면 시비를 구별할 수 있고, 한쪽의 말만 믿으면 사리에 어둡게 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1997년 삼협댐 물막이 공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댐 설계자는 인터뷰에서 “삼협댐 건설을 반대한 사람들이 공사에 가장 크게 공헌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반대자들의 공로를 인정한 것은 그들 덕분에 다방면으로 효과적인 방안을 구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대한 문제일수록 한쪽 면만 고려하면 안 된다. 같은 의견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도 듣고, 지지하는 목소리와 반대하는 목소리도 함께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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