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부처님 오신 날
진주성-부처님 오신 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5.20 16: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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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부처님 오신 날

그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2~3일 주룩주룩 늦봄비가 내리더니 축복이라도 하는 듯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마저 조용한 신록의 싱그러움이 온 누리에 가득했다.

회고하면 70여 년 전 사월초파일은 참 재미있던 날이었다. 엄마를 따라 절에 가면 산나물 비빔밥에 떡도 얻어먹을 수 있는 축제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이면 온 동네 엄마들이 함께 모여 머리에는 쌀을 한 되 정도 이고 10리가 넘는 자갈길을 걸어 절에 가는데 7〜8세 정도의 우리들은 멋도 모르고 따라가며 그냥 신이 나곤 했었다.

절집의 마당에는 온 마당가득 등(燈)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엄마들은 등에 불을 켜고 치마 밑에 감추어 두었던 줌치(쌈지)를 꺼내, 지금으로 치면 1~2000원의 돈을 부처님 앞에 놓고 염치도 없이 중얼 중얼 온갖 소원을 다 빌었다.

부처님이 참 좋은 분이시기에 그렇지 그 누가 쌀 한 되, 돈 1~2000원을 받고 그 많은 소원을 다 들어 주시겠는가? 그러나 엄마들의 그 정성으로 오늘날 우리들은 명(命)도 받고 복(福)도 받고 이렇게 잘 사는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어머니도 안 계시는 사월초파일, 그제 70도 중반을 넘긴 노인이 아내를 따라 절에 갔다. 남자는 드문드문 젊은 부인들이 가득한데 아마도 필자가 제일 고령인 것 같았다. 코로나 시국에 집합금지 관계로 70여명 이상은 돌려보내는데 다행히 조금 일찍 자리를 잡은 필자는 쫓겨나지 않는 영광을 안았다.

법회가 시작되자 스님은 신도들의 간절한 소원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성껏 축원해 주셨다. 그러면서 나쁜 마음 나쁜 행동을 하면서 아무리 절에 다녀도 소용없는 일이기에 먼저 나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올바르게 살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어야 복을 받는다고 당부하신다.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짖는 10가지 죄는, 살생하고 상해한 죄, 도둑질하고 주지 않는 남의 것을 가진 죄, 삿된 음행을 한 죄, 거짓말하여 남의 진실 된 삶을 파괴한 죄, 교묘한 말로 남을 속인 죄, 이간질하여 화합을 깨뜨린 죄, 남을 욕하고 험담한 죄, 욕심을 내어 화를 불러들인 죄, 화를 내어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준 죄, 어리석어 미움과 원망과 시기질투의 무지한 죄 등을 꼭 참회하고 건전하게 살아야만 복을 받는다고 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이지만 참 지당한 진리의 말씀들이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을 무시하지 말고 태양이 온 누리를 비추듯 자비를 베풀라고 하시면서 오른손이 하는 일 왼손이 모르도록 생색내지 말고 선업을 쌓으라 하신다. 범눈썹에 산신령 같은 무심법성 스님의 법문은 간담을 서늘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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