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발우공양(鉢盂供養)
진주성-발우공양(鉢盂供養)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5.30 14:2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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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발우공양(鉢盂供養)

사찰에서의 식사를 ‘발우공양(鉢盂供養)’이라 한다. 발우공양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예법이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기기에 법공양이라고도 한다. 또한 발우공양은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누어 먹고, 위생적이며 청결하게 마칠 수 있으며 조금도 낭비가 없는 절약 정신과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이루는 성격이 결부되어 공동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절에서 스님들이 쓰는 공양 그릇으로 나무로 만들며 발우대로 불리기도 한다. 발우는 밥, 국, 찬, 물을 담을 수 있는 네 개의 그릇과 수저, 발우를 싸는 수건이 한 벌이다.

발우공양은 모든 스님이 같은 자리, 같은 그릇에 나눠 먹는 행위다. 먹을 때도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사람을 축원하고, 중생 구제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담은 염불을 외운다. 마지막으로 몇 톨의 밥알과 몇 조각의 반찬을 헌식하는 곳에 모아두고 나서야 밥을 먹는다. 헌식한 음식은 절 근처 개울의 물이 흐르는 돌 위에 올려놓아 주린 산짐승이나 물짐승, 날짐승을 위로한다.

발우공양을 할 때 죽비 소리에 따라 발우를 펼치고, 밥과 국, 반찬, 물을 각자의 발우에 담는다. 이어 ‘오관게(五觀偈)’를 하는데 그 내용은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보리를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로 되어 있다. 공양이 시작되면 가능한 한 소리를 덜 내며 침묵을 유지해야 한다. 공양이 끝나면 담아 놓은 물로 그릇을 깨끗이 닦아 그 물을 마시게 되며 밥이나 국, 반찬을 남겨서도 안 된다. 발우에 담은 것은 남김없이 깨끗이 비워야 한다. 그러니 미리 음식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먹을 만큼만 발우에 덜어놓아야 한다.

이처럼 발우공양은 단순한 밥을 먹는 행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발우공양 그 자체가 명상이자 수행의 한 과정인 것이다.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 그리고 성불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고 수많은 보살과 부처를 생각하며 뭇 중생들을 생각하여 보살로 살겠다는 서원과 정각을 이루겠다는 서원을 다짐하는 거룩한 의식인 것이다.

발우공양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절제와 절약의 정신이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먹는 문제가 해결되자 가정이나 식당 할 것 없이 여기저기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발우공양의 정신을 되새겨 음식물을 아끼고 음식에 대한 소중함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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