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창원 보담사
진주성-창원 보담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03 14:5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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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창원 보담사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공화국이고, 우리의 주변에는 수많은 종교시설이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가까운 곳에 절이나 교회를 두고 수 십리 밖을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종교시설을 운영하는 인연 따라 발길이 달라지는 것이다.

필자의 아내는 불자인데 그동안 여러 곳의 사찰을 전전하였다. “불자가 부처님을 찾아가는데 아무 절에나 다 부처님이 계시는데, 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냐”고하면 스님이 욕심이 많고, 빈부의 차이에 따라 차별하는 경우가 있어서라고 한다. 수십 년을 떠돌이보살로 방황하더니 약 15년 전에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참 스님을 만났다.

수십 년을 방황하던 집 보살이 인근에 절을 두고, 지인의 소개로 창원 변두리에 있는 절에까지 다니게 되었는데 승용차가 없으면 찾아가기가 어려운 곳이라 부득이 필자가 동행하게 되었다.

필자가 처음 본 스님은 자상한 성직자라기보다는 눈에는 광채가 예리하고 염라대왕 같이 무서운 인상에 퉁명스럽고 정이 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신도들이 운집(雲集)하는 것은 스님의 겉모습이 아닌 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신도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앞면 체면 볼 것 없이 불호령이 떨어지는데, 불화로를 뒤집어쓰고도 개의치 않고 감싸고도는 것은 스님의 참 사랑, 참 자비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 앞에서 백번 천 번 절하며 기도하느니 부모님께 효도하고 남편에게 잘해야 복을 받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불의를 멀리하고 정도(正道)를 걸으며 선업을 쌓고 어려운 이웃에 베풀어야 복을 받는다는 스님, 형편이 어려운 불자가 불전을 놓지 않아도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정성을 쏟는 스님, 돈 많은 사람이 많은 돈을 내고 생색을 내어도 대수롭잖게 생각하는 스님, 보살들 사이에 남의 말 하고 시기 질투하고 남의 험담을 하면 “너나 잘해!” 하시며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호통 치는 스님, 매일 새벽 장문의 카톡 법문을 통해 수백 명의 신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스님, 천원 이 천원 불전을 모아 1년에 1억원에 육박하는 거금을 불우이웃돕기, 장학금으로 내어 놓으며 무소유를 실천하시는 스님, 그러면서도 가끔 신자들이 점심대접을 한다면 정식 한 끼도 돈이 아까워 못하고 우동 짜장면 집으로 앞서가는 스님, 필자는 참 희한한 괴짜스님을 다 보았다.

오래 동안 방황하던 아내가 이제야 마음을 정해, 15년이 넘게 불원천리를 마다않고 창원의 보담사를 찾는 이유는 무심법성 스님의 참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글을 쓰면서 어데 나서기 싫어하고, 내 세우기 싫어하며 생색내기 싫어하는 스님의 성품에 누(累)가 될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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