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나이 들어서 배움
진주성-나이 들어서 배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07 16:0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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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나이 들어서 배움

축구경기를 보면 다들 하나같이 감독이 된다. 평생 축구공 한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선수들의 체력을 탓하고 감독의 전략을 비난하고 야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골프도 비슷하다. 골프채만 잡으면 생각대로 방향과 거리대로 골프공이 갈 것 같지만 언제나 공은 원하는 대로 가는 법이 없다.

새로운 직업과 창업을 위해 요리학원, 바리스타 학원에서 난생 처음 칼질도 해보고 에스프레소 머신 기계로 커피추출도 해보는데 쉽게 되는 일은 없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커피수업은 서로 해보겠다고 난리가 난다. 커피 맛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커피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이것저것 경험하면서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많은 질문을 받지만 4~50대를 넘긴 중년의 남녀들에게 커피 추출을 해보라 하면 뒷짐만 지고 있다.

이미 커피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맛을 보라 하면 ‘잠을 못 잔다’ 집 근처 카페 다녀오세요! 하면 ‘바쁜데…’ 등 어른들의 핑계는 학생들 핑계보다 더 다양한 이유가 있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다.

책으로의 배움은 책을 이해하는데 있고 몸으로의 깨달음은 엄청난 반복훈련으로 자연스러움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과 음료를 배우는 일이라면 젊었을 때 보다 더 많은 반복훈련을 통한 경험이 필요로 한다.

젊었을 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여 생활 습관과 고정관념으로 바뀌게 되어 새로운 것은 쉽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때로는 고정관념이 고집으로도 상대방에게 보여 질 수 있고 때로는 아집으로도 느껴질 만큼 서로 간 대화가 힘든 경우도 생기곤 한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많다는 것인데 기존 것에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채워 넣을 수 있고, 기존 관념에 다름이 아닌 틀렸다고 배척하면 더 이상 발전이 없다.

머리로는 안 되는 일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만으로 해서는 안 되고 평생 해 왔던 익숙한 자세나 미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기관을 새롭게 세팅해야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지식과 발전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젊었을 때의 배움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지식이지만, 나이가 들 수록의 배움은 헌 지식을 버리는 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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