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유부녀와의 불륜사실이 들통날까봐 불안해서 자살한 소설가
칼럼-유부녀와의 불륜사실이 들통날까봐 불안해서 자살한 소설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07 16:0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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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유부녀와의 불륜사실이 들통날까봐 불안해서 자살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1927·35세). 일본 동경제국대학 영문학과 졸업. 대학시절에 발표한 <코>로 문단에 데뷔. <거미줄>, <톱니바퀴>, <라쇼몽>등의 걸작을 남긴 그는 ‘단편의 명수’라고도 불렸다. 일본에서 간통법이 유효할 때 선배 소설가가 간통죄로 고소를 당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불안해했는데 우연히 자기 자신이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다. 사실이 들통날까봐 두려워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귀국 후, 극심한 신경쇠약과 불면증, 수면제 중독으로 인해 심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조그마한 실수가 인생을 크게 바꿔버릴 수가 있다고 자신의 실수를 한탄하면서 신경쇠약으로 시달리다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기고 수면제를 먹고 음독자살했다.

우리들 인간은 한 가지 사건 때문에 쉽게 자살 같은걸 하지 않는다. 나는 과거 생활의 총결산을 위해 자살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큰 사건이었던 것이 내가 29살 때 수부인과 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리고 나와 연애관계를 맺었던 여성이 수부인만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30세 이후에 새로 정인을 만들지는 않았다. 나는 물론 죽고 싶지 않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도 고통이다. 다른 사람은 부모처자식도 있는데 자살하는 바보를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혼자라면 아마 자살하지 않겠지, 나는 양자로 들어가 내 마음대로라고 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 내가 자살하는 것은 일생에 단 한 번의 내 마음대로 일지도 모른다. 나도 대개의 청년처럼 여러 가지 꿈을 꾸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필경 정신이 이상했던 거겠지, 나는 현재 나 자신에게는 물론 모든 이들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나는 중국으로 여행가는 것을 기회로 겨우 수부인의 손에서 벗어났다.

내 아들에게… 1. 인생은 죽음에 이르는 싸움이라는 것을 잊지 말 것. 2. 따라서 너희들의 힘을 믿지 말라. 너희들의 힘을 기르도록 하라. 3. 오아나 류이치를 아버지로 생각하라. 따라서 오아나의 교훈을 따를 것. 4. 만약 인생의 싸움에서 깨진다면 너희들의 아버지처럼 자살하라. 5. 망망한 천명은 알기 어렵다 할지라도 너희들의 욕망을 포기하라. 이것은 반대로 너희들을 후년에 평화롭게 해줄 것이다. 6. 너희들의 어머니를 연민하라. 그러나 그 연민을 위해 너희들의 의지를 없애지 말 것. 이것 또한 반대로 후년에 너희들의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7. 너희들은 모두 너희들의 아버지처럼 신경질적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 특히 그 사실에 주의하라. 8. 너희들의 아버지는 너희들을 사랑한다.

아내 아쿠타가와 후미코에게…이 유서는 나의 죽음과 함께 후미코에게 세 번째로 보일 것. 또 오른쪽 조건을 실행한 후는 태워버리는 것을 잊지 말 것. 나는 만일 신쵸사에게서 항의가 오는 것을 염려해 별지로 4를 인지하고 동봉한다. 4 나의 작품의 출판권은 이와나미 시게오씨에게 양보할 것. 나는 나츠메 선생을 좋아하기 때문에 선생과 출판서점을 같이 할 것을 희망한다. 그리고 다음을 부탁한다. 1. 살리려는 처치는 절대 금지. 2. 절명 후 오아나군에게 알릴 것. 절명 전에는 오아나 군을 괴롭게 하고 아울러 세간을 시끄럽게 할 우려가 있음. 3. 절명할때까지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더위를 먹었다’고 피할 것. 4. 시모지마선생과 상담하고, 자살이라고 하든, 병사라고 하든, 만약 자살이라고 정해지면 유서를 키구치에게 줄 것. 그렇지 않으면 불태울 것. 5. 유품으로는 오아나 군에게 요모기하라 난을 보낼 것. 또 요시토시에게 송화연(소연)을 보낼 것. 6. 이 유서는 바로 태워버릴 것. 기타. 1. 다른 사람에게 빌려준 것. 츠루타군에게 아라비아야화 12권 있음. 2. 다른 사람에게 빌린 것. 동양문고에서 한 권. 카츠미네신푸씨에게 <쵸온>몇 권. 시보지마 선생에게 인수장, 무로우 군에게 인 2장(인은 소지자를 보고 줄 것). 3. 오키모토에게 인보를 만들어 줄 것. 내 추선 때는 구집을 더해 나눠주는 것도 좋음. 4. 묘석의 글자는 반드시 오아나군을 번거롭게 할 것. 5.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는 나의 심중을 잊지 말 것.

지금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공군부대의 여군(하사, 유부녀)이 상관의 성 폭행에 시달리다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적군을 향하여 총을 겨누라고 주었더니 아녀자의 사타구니를 향하고 다녔다니 사건을 은폐한 상관까지 엄중 문책해야 한다. 나쁜 놈들…관련자 모두를 하사로 강등시켜 전역시킨 후 구중궁궐에 내시(內侍)로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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