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고양이들의 수난사
진주성-고양이들의 수난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15 14:4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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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고양이들의 수난사

백구야 황구야 하던 때가 충견이었지 지금은 상전이다. 아랫목 차지하고 귀염 받던 고양이가 하루아침에 침방까지 빼앗겼으니 눈이 뒤집힐만하다. 사시나무 떨듯 복날 졸였던 지난 시절은 전설일 뿐이고, 대문간 옆에서 땅바닥에 코나 처박고 낑낑거리던 것이 cctv 갖다 붙이고 반려견인지 애완견인지 이름표를 바꿔 달고 안방 차지를 하고부터다.

대소변 받아내고 목욕시켜서 육해진미 떠받히고 만수무강을 염려하여 운동시키고 금침 이부자리에 침전 시중까지 들어주니 상전도 그런 상전은 없다. 어쩌다 성깔이라도 부리면 노여움 푸시라고 전문 매장도 간다. 부모와는 딴살림하며 앓는 소리만 해도 요양원에 빈자리 알아본다. 자식 낳아 기를 생각은 않고 포대기 덮어 개를 업고 나선다. 유모차 안에도 개가 들앉았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말이 씨가 되었다.

안방 차지한 것도 복장 터지는데 매화틀 타고 깝죽거리니 고양이는 미친다. 제 저고리도 아닌 패션에도 눈꼴이 시고, 상전 대접하는 주인에게도 배신감이 들고, 이곳저곳 핥아 대며 아양을 떠는 꼴도 배알이 꼴리고 주인 믿고 개폼 잡으며 갑질하는 꼴에 자존심도 상해서 무거운 절 떠나니 가벼운 중 떠난다고 자진해서 보따리를 싸버린 것이다. 어쩌다가 이놈의 세상이 개판이 되었는지 고양이 뺑 하고 돌아버린다. 임자 마음 한 번 바뀐 것이 이 꼴 될 줄 누가 알았나.

개 팔자가 상 팔고 고양이 팔자 쪼그랑 바가지다. 길게 혀를 뽑아 물고 헐떡거리며 침 질질 흘리는 것이 뭐가 좋다고 꼬리 살랑살랑 흔든다고 그 꾐에 빠져서 밑까지 닦아주고 물고 빨고 부둥켜안고 뒹구니 미치고 팔딱 뛰겠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다. 고양이 권익위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검찰로 갈 건지 공수처로 갈 건지 국수본으로 가야 할 건지 분간조차 할 수 없어 사람들도 헛갈리는데 개판 된 개판인데 이 꼴 저 꼴 안 보려고 보따리를 싼 것이다. 머리 검은 동물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사람인심 조석변이라 했으니 얼마나 길게 갈지 두고 보자며 이를 뽀드득뽀드득 갈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터졌다.

지난 5월22일에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산책길에 개에 물려서 목숨을 잃었다. 개를 키우지 않으므로 구박도 확대도 한 사실이 없고 내쫓은 일도 없는데 애먼 사람이 참변을 당했다. 맹수 본성을 발휘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뭉쳐야 산다고 떠돌이 개들도 노조를 결성했는지 떼를 지어서 외진 농가를 습격하여 축사를 분탕질하고 닭장을 초토화하며 맹수 본색을 드러냈다. 버림받은 앙갚음의 복수혈전에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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