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나눔의 미덕
진주성-나눔의 미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24 15: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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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
심동섭/진주노인대학장-나눔의 미덕

사람의 인정은 잘살고 못 살고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다. 1953년 우리나라의 GDP는 65달러였다. 전후의 그 어렵던 시대, 말 그대로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어려움 속에서도 조상의 제삿날이나 부모님 생신 때는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여 제사 밥을 돌리고 생일 밥을 같이 나누며 이웃과 정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였다. 마을에 초상이 나면 온 동네 모두가모여 상여를 만들고 부고를 전하고 함께 힘을 합쳐 내일처럼 슬픔을 같이하며 장례를 마쳤다.

그토록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과 베풂이 있었고 훈훈한 인정이 있어 사람 사는 맛이 있었으며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고 모두가 가족 같았다. 불과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은 GNP 3만 달러가 넘었다. 경제적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부국이 되었고 50년대에 비교하면 천국 같은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한 아파트 한 라인에 살아도 인사도 안하는 사람이 있고, 제사나 생일의 정(情)도 사라진 삭막한 세상이 되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앞집에 초상이 나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었다.

이러한 세상임에도 예외로 참 살맛나고 정이 넘치는 고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산청군 단성면 후동 마을에는 옛정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오순도순 이웃사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마을 경로당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떡국거리를 빼어오고 이것저것 다투어 챙겨와 한겨울을 푸짐하게 넘긴다. 객지에 사는 아들딸들은 고향에 올 때는 빈손으로 오는 일 없이 경로당 어르신들이 드실 것을 싸가지고 온다고 한다.

제사나 생일이 닥치면 미리 음식을 온 마을 분들이 다 나눌 수 있도록 넉넉히 준비하여 50여분이 넘는 분들이 모여 잔치를 베풀곤 한단다. 필자는 고향친구가 그 마을에 살고, 친구부인이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는 덕분으로 친구 집에 제사나 생일 때면 더불어 초청되어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평생을 써도 못다 쓸 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도 마음이 열리지 않아, 아까워서 못쓰고 귀찮아서 못하고, 평생 자기 집에 초청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나둘도 아닌 온 동네 분들과 인근 친구들까지 초청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공덕은 ‘목마른 이 물을 주고 배고픈 이 밥을 주고, 개울에 다리 놓아 만사람 건너게 하는 게 큰 공덕’이라 하였는데, 친구부부가 앞서고 온 마을이 따라 나누는 이 훈훈한 인정은 무릉도원에 버금가는 세상일 것 같다. 개인주의에 나만 잘살면 그만인 이 시대에, 생색내지 않고 나누고 베풀고 함께하는 일을 선도하는 친구 이양호와 경로당 총무 서영자 부부의 나눔 정신은, 현대를 사는 많은 분들의 귀감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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