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해인사의 소금단지 묻기
진주성-해인사의 소금단지 묻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27 15: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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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해인사의 소금단지 묻기

법보종찰 해인사는 매년 단오절마다 특이한 행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소금단지 묻기 행사이다. 해인사는 올해도 지난 6월14일 단오절을 맞아 소금단지 묻기 행사를 가졌다. 해인사는 이날 대적광전을 시작으로 우화당과 봉황문, 극락전, 용탑선원 입구, 원당암 입구, 야간통제소를 거쳐 남산제일봉에 소금을 묻고 정상 바위 곳곳에 소금 봉투를 비장하는 의식을 가졌다.

해인사 소금 묻기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해인사 큰절과 마주하고 있는 해발 1010m의 매화산의 남산제일봉에서 갖는 행사이다. 봉우리 정상 5곳 오방(五方)에 소금단지 묻기와 함께, 불꽃이 피어나는 형상의 남산제일봉 화강암 바위 사이사이에 한지로 감싼 소금 봉투를 곳곳에 비장하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단오절에 해마다 해인사에서 소금단지를 곳곳에 묻는 유래는 해인사 창건 이후 사찰 역사를 기록한 ‘해인사지’에 실려 있다. 해인사는 1695년부터 1871년까지 176년 동안 7차례에 걸쳐 큰불이 나 피해를 입었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해인사 남쪽에 위치한 남산제일봉이 불꽃 형세의 화산(火山)이기 때문에 정면으로 위치한 해인사로 화기가 날아들어 불이 자주 났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1817년 여섯 번째 화재 이후 대적광전을 재건할 때 좌향이었던 건물 방향을 서쪽으로 돌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남산제일봉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바닷물로 불기운을 잡는다는 뜻에서 소금 단지를 묻었으며, 이후 큰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오에 소금을 묻는 것도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날에 소금을 묻어 화기를 누르기 위해서다.

100년 이상 이어져 온 이 행사는 장소가 외부에 알려지면 효험이 없어진다고 해 그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고 사중에서 비의(秘儀)로 진행하다 몇 년 전부터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비전되어온 이 의식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까닭은 전통적으로는 가야산 산림과 팔만대장경을 간직한 해인사를 화마로부터 보호하려는 염원에서이지만 바람직한 세시풍속의 재해석으로 해인사와 지역민이 함께하는 문화행사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의도이다.

과학적으로만 따진다면 소금단지 묻기 행사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과학과 합리라는 측면으로만 재단하면 안 된다. 소금단지 묻기는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해인사에서 이어져 오는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행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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