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형오락(五刑五樂)
칼럼-오형오락(五刑五樂)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6.28 14:5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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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상국립대학교 칠암캠퍼스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오형오락(五刑五樂)

오형(五刑)이란 조선시대 죄인을 다스리던 다섯 가지 형벌을 말한다. 즉 태형(笞刑, 태장으로 볼기를 치는 형벌)·장형(杖刑, 棍杖으로 볼기를 치는 형벌)·도형(徒刑, 징역살이로 복역기한은 1년에서 3년까지 五等으로 나누고, 곤장 열대와 복역기간 반년을 한 等으로 하였음)·유형(流刑, 중죄에 대한 형벌로 죄인을 먼 곳이나 섬으로 귀양 보냄.)·사형(死刑, 범죄인의 목숨을 끊음). 오락(五樂)이란 다섯 가지 즐거움을 말하는 데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사전에는 오락(娛樂)이라는 말은 나오는 데 ‘즐겨 노는 놀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조선 시대 승지(承旨)였던 민중(敏中) 여선덕(呂善德, 1715~?)이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이 하늘로부터 다섯 가지 형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첫째 보이는 것이 흐릿하니 목형(目刑)이요. 둘째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이요. 셋째 걸어 다닐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이요. 넷째 들어도 잘 들리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다섯째 여색을 즐길 수 없으니 궁형(宮刑)이다. 다시 풀어 보면 눈은 흐려 잘 보이지 않아 책을 못 읽고, 이는 빠져 잇몸으로 흐물흐물 거린다. 걸을 힘이 없어 집에만 틀어 박혀 있고, 귀는 안 들리니 딴 소리만 한다. 여색을 보고도 일렁임이 없으니 한탄스럽다.

이 말을 듣고 몽산거사(夢山居士) 심노숭(沈魯崇, 1762~1837)이 반격한다. 이른바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을 말했다. 첫째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수양을 할 수 있고, 둘째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셋째 다리에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넷째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다섯째 반드시 죽임을 당할 성적(性的)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목숨을 오래 이어 갈 수 있다. 여선덕이 말한 것은 다섯 가지 형벌인 오형(五刑)이요, 심노숭이 말한 것은 다섯 가지 즐거움인 오락(五樂)이다. 심노숭이 남긴 <자서실기(自書實記)>에 나오는 내용이다.

긍정과 부정 사이에는 이렇게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큰 차이가 있다. 사람의 몸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다치게 되면 가장 안전한 곳이 사타구니이다. 조물주께서 생식기를 사타구니사이 깊은 곳에 숨겨서 창조한 데는 그만한 뜻이 새겨져 있다. 귀하게 쓰라는 의미이다. 함부로 가장 편하게 아무데서나 쓰려면 손가락 끝에 붙여서 걸어가면서도 서로 손을 잡고 히히덕거리면서 그걸 즐기면 좋을 텐데 왜 불편스럽게 그렇게 깊숙한 곳에 붙여 놓았을까? 사람의 행동은 낮에 할 일이 있고 밤에 할 일이 따로 있다. 옷을 입고 할 일이 있고, 옷을 벗고 할 일이 따로 있는 법이다. 요즘 버르장머리 없고 본대 없는 일부 싸가지 없는 것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행동들을 보면 역겹기만 하다. 밤의 행동과 낮의 행동조차도 구분하지 못한 그네들 속에 과연 무슨 신선기가 솟아나겠는가? 쿠리한 냄새만 풍길 뿐이로다. 애정의 표현 좋아 하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알아야 해.

공군부대내에서 여부사관이 성 폭행을 당하다가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 놈 들을 궁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불교에서는 이승에서 살다가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아 18단계의 형벌로 다스려 지게 되는데 9단계 형벌은 유과지옥(油鍋地獄)이다. 여기에는 기름 가마로 된 지옥인데 남의 재산을 약탈한 자, 약한 사람을 구박한 자, 강·절도 자, 남의 일을 훼방하고, 남의 재산, 남의 아내를 빼앗는 자들을 알몸으로 기름 가마에 넣어 튀긴다. 중죄일수록 여러 번 튀긴다. 이놈들을 유과지옥으로 보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인 오계(五戒)를 말씀하셨다. 첫째 불살생(不殺生) 산목숨을 죽이지 말라, 둘째 불투도(不偸盜) 도둑질 하지 말, 셋째 불사음(不邪淫) 내 짝이 아닌 사람과 간음(姦淫)하지 말라, 넷째 불망어(不妄語) 거짓말 하지 말라, 다섯째 불음주(不飮酒) 술에 취하지 말라. 술을 먹으면 취하여 이성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실수하게 된다. 이 다섯 계율을 지키면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업장(業障)이 소멸되며, 지혜가 밝아지게 된다.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면 내생에는 틀림없이 극락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 내 몸이 늙었으니 오형이 왔구나! 슬퍼하지 말고 오락을 즐길 수 있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인생사 생(生)·노(老)·병(病)·사(死)는 필연이 아니런가!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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