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죽은 자의 망령
진주성-죽은 자의 망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7.06 14:0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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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죽은 자의 망령

죽었다는 사람이 살아났단다. 놀랠 ‘놀’자가 아니고 팔딱 뛸 ‘뛸’자다. 진주 사람은 섭천 소가 웃는 소리 다 알고 한양사람은 시구문 밖 개 짖는 소리 다 안다. 죽었으면 극락왕생하지 뭘 미련을 못 버려서 되살아나기는 뭣 하러 살아나나. ‘영구종천’이라고 천상 고유도 했고 이미 민적에서도 모년 모월 모일 ‘졸’이라고 했다. 춘향이라도 구할 재간을 감추고 있다면 귀 떨어진 개다리 판에 퇴주 술이라도 한잔 얹어 걸치게 멍석 말석에라도 앉는다.

하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는데 후안무치도 유분수지, 금준미주에 옥반가효로 산해진미 차려놓은 사또 생일잔치에 끼어들려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다. 눈치도 없이 김칫국부터 마시려니 길 가던 개가 전신주에 대고 다리를 쳐들지, 이건 돌부처가 하품할 일이다. 게걸스레 남의 잔칫상 넘보다간 왕소금 세례 받는다.

염치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던지 똥 싸놓고 간 자리를 치워놓고 나니까 돌아온다더니 황소가 물구나무를 서도 유분수지 험한 꼴 당하기 전에 가던 길이나 조용히 가시라. 산중 암자의 선방 앞에 가면 널빤지 조각에 화살표 그려 놓고 휙! 하고 쓰여 있다. 기웃거리지 말고 얼른 가라는 표시다. 전에 앓던 두드러기 도지면 가던 길도 못 간다. 제발 없는 듯이 가시라.

시어머니 죽고 나면 안방 차지할 거라고 약 한 첩 써 보기나 했나.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며 자라목하고 엎쳤었지 어디 발 벗고 한번 한 번 나서기라도 해 봤나. 들은 이야기는 있어 흉내라도 낸답시고 저잣거리에 나갔으나 콩을 아나 팥을 아나 하루 품삯을 알기나 하나. 가는 곳마다 송아지 둠벙 들여다보듯 하다가 스스로 민망해서 한소리 한다는 것이 개 모래 먹는 소리를 하다가 물바가지 뒤집어쓸 뻔했잖나. 세상 물정 아는 체하다가 개망신을 당했으면 납작 엎친 채로 칩거가 옳다.

고양이 손도 아쉬워서 동동거릴 때는 흔적도 없더니만 느닷없이 나타나서 죽었다가 새로 살아났다고 하면 누가 반기기나 하나. 소리도 없이 살아질 때 타고난 특기라는 것을 다들 짐작은 했다. 남의 밥상에 숟가락 걸칠 생각도 말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도 더는 하지 말고 죽었다면 죽은 채로 있을 것이지 지난번처럼 동그라미 들고 세모라고 하면 날씨도 무더운데 애먼 사람들 열 받아서 모진 소리 한다. 매천선생은 나라가 흔들릴 때 정작 선비 노릇을 못 한다며 순절을 하셨고, 남명선생은 어디를 가든 당신의 언행을 남모르게 하지 않으시려고 허리춤에 방울을 달고 다니셨다.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 방랑시인 김삿갓’ 그 노래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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