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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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7.12 15:5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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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미각

2021년 우리 술 품평회 전통주 심사를 하고 왔었다. 매해 느끼는 것은 외국 고가의 와인보다 맛과 향이 우수한 전통주가 있는 반면에 아직도 맛의 본연의 맛과 향보다는 과도한 과당으로 맛의 밸런스가 부족한 술을 맛볼 수 있었다.

전문적인 양조학이나 전통주 관련업을 해오던 것이 아니라 커피가 본업인데 와인과 전통주를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저녁 막걸리와 증류주 과실주를 마시고 즐겼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이라는 것은 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깨달음을 얻는다 할 수 있다. 특히 맛의 깨달음은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환경에서 문화와 생활의 익숙한 맛에서 혀의 미뢰세 포와 냄새를 맡는 후각세포가 새로운 맛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판단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의 판단만으로 결정지을 수 없고 많은 경험이 필요하게 된다.

평생 복숭아와 자두 농사를 해온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맛있을 것 같다며 자두를 사다 주셨는데 자두를 한입 베어 무니 자두의 향긋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졌고 아삭한 식감과 신맛과 단맛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자두 씨앗에 붙어있는 남은 과육을 버리자니 아까워 뜯어 먹는 순간 과한 신맛은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즉, 자두 씨앗에 붙은 과육의 신맛은 남은 평생 익숙해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카페 창업을 목적으로 창업수업을 배우시는 분에게 좋은 자리 하나가 있기에 추천해 줬더니 “대기업 스타벅스 앞이라 걱정된다”라고 했다. 걱정하지 말고 스타벅스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커피 맛의 다양한 경험을 해주면 스타벅스 찾는 손님을 단골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막걸리에 다양한 경험이 많은 양조장은 수십만원 하는 막걸리가 판매하고 있고, 증류주에 철학을 갖고 있는 회사는 품절될 만큼 인기가 있으며 제철 과일로 만든 놀라운 맛과 향을 가진 과실주가 생산될 수 있는 건 자신만이 만든 것만 보지 않고 다른 양조장 것을 맛보고 흉내 내고 맛의 깨달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음식장사나 물장사를 하면서 성공할 수 근본은 사장의 미각의 다양성을 갖추는데 있다. 평생 주방장과 바리스타가 곁에 있을 것이 아니라면, 주방장만 믿고 식당 오픈해서는 안 되고, 잘하는 바리스타를 채용해서 카페 창업해서는 더욱더 안 된다.

외식업 창업의 시작은 자본금이 아니라 맛의 다름을 아는 미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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