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대한민국은 누구 겁니까?
도민칼럼-대한민국은 누구 겁니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09.28 17:1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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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대한민국은 누구 겁니까?

우리 어릴 때에는 민방위의 날 훈련이 대단했다. 매월 15일 사이렌이 울리면 어디선가 연막탄이 터지고 우리들은 일제히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가상훈련이었지만 어린 초등학생으로서는 무서운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전쟁에 대하여 말하면 상상력이 쓸데없이 좋은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는 했다. ‘나는 왜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일까? 미국시민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워낙 미국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많이 하는 선생님 덕(?)에 미국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이고 우리는 수많은 침략과 전쟁에 시달리는 불우한 나라라는 소리를 들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보니 그 나라에도 남북전쟁이 있었고 총기 소지가 자유로워 잊을만하면 총기난사가 벌어지고 밤이면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살면서 불평불만도 하지만 나는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코로나까지 겹치니 더더욱 이 나라에 산다는 것이 다른 어느 나라에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엇인가 불안한 것은 우리는 아직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시작해 3년 1개월 넘게 동족 간에 피비린내 나게 싸우고 잠시 멈춰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서해안교전이 일어나고 DMZ에서 총격전이 일어나고 심지어 서로의 국민을 살상해도 죄를 물을 수 없고 그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에 있다.

군대에 아들을 보내면서 마음이 무거운 것은 그런 이유다. 있는 집 사람들이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편한 후방이나 공익근무요원(방위병)으로 보내려고 별별 수를 다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륙의 반도에서 그 옛날에는 명과 청의 간섭을 받다가 구한말을 지나고는 바다 건너 일제에 강제점령을 당하기도 하고 해방이 되었다고 좋아했더니 둘로 갈라져 자그마치 칠십 여년이 넘게 서로를 적국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의 참혹함 때문에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며 북쪽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젊은 친구들은 문화적인 단절로 인하여 북한에 대하여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의 영토도 주민도 다 우리 국민으로 되어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80억 가까운 인구 중에 유일하게 의사소통이 되고 한 조상을 가지고 역사를 함께 나눈 민족은 북한,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밖에 없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적대국으로 언제 전쟁이 날지 걱정하며 사는 것이 좋은가? 전쟁 상황만이라도 끝내고 서로 소통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은가? 국민의 힘 3차 토론을 보니 작계 5015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보았다. 작계 5015가 발동이 되면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를 하겠다는 한 후보의 대답을 들으면서 민방위 훈련하던 그날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두려워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그 후보의 말이 같았다. 그리고 작계 5015를 오늘날 거론하는 다른 후보의 공격적인 안보관도 걱정이 되었다.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누구도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으로 통일하기도 원하지 않는다. 전쟁은 영화로만 보아도 끔찍한 일이다. 지금 국제적으로도 동의해 주는 이런 좋은 기회에 정치적인 이유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것은 국민에게 계속 불안한 상황을 주면서 지배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전쟁을 종식 시키는 선언을 하는데 더 위험한 상황이 어디에 있겠는가!

미군이 떠나면 다 망할 것처럼 떠드는 이들이 있다. 종전선언 한다고 미군이 떠나지도 않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그처럼 유약하다고 믿고 싶지 않다. 중국도 미국도 우리가 단단히 서서 활용해야 하는 나라들이지 전적으로 믿고 나아갈 수는 없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이 누구의 나라라고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에 위기가 오면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기 전에 우리 상황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판단한 줄 아는 지도자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더불어 평화로운 안보관을 가진 이들이 대선후보가 되기를 바란다.

다시 그 말이 떠올려진다. 스페인 식당 주인이 하던 말, 너희가 뭉치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하던 예언, 그날도 함께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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