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가 ‘충절의 고장’ 합천을 일본 고대식민지로 만들려 하는가
기고- 누가 ‘충절의 고장’ 합천을 일본 고대식민지로 만들려 하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12 17:3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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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희/㈔대한사랑 진주지부장·한의사
원동희/㈔대한사랑 진주지부장·한의사-누가 ‘충절의 고장’ 합천을 일본 고대식민지로 만들려 하는가?

합천 옥전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가야사에 관심 있는 분들의 기대와 함께 한편으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2017년 가야사 연구·복원을 주문하면서 정부는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여 지방자치단체, 문화재청, 역사학계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여 이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 경남 지역 일대의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것 자체는 아주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며 반드시 성공적으로 등재가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등재 과정에서 간과하고 있는 아주 큰 문제가 있다. 일본이 한반도 남부지역(가야)을 지배했다고 왜곡한 일본의 역사책 ‘일본서기’에 나오는 ‘다라’라는 지명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합천 옥전고분군을 등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다라’라는 지명을 빼고 등재해야 한다. 만약 빼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가 합천을 일본의 식민지였다고 인정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어처구나 없는 꼴이 된다. 합천의 독자적 문화권을 확보하는 것에 연연하여 우리 역사를 주체적 의식과 국내 문헌사료를 가지고 결정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후손만대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팔아먹는 오점을 남길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기존 학자들은 합천을 가야연맹 중에 하나인 ‘다라국’으로 명명하고 있습니다. 문헌적 근거로 왜의 ‘일본서기’와 중국의 ‘양직공도’에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서기에 나오는 ‘임나’는 ‘가야’가 아니다. 임나는 일본의 대마도와 큐슈지역에 있는 지명을 지칭하는 것이다. 임나 7국에 다라가 포함되어 있는데 ‘임나가 가야’라는 등식으로 ‘가야의 다라국’이라고 하는 것은 일제 식민사관에 의한 아주 잘못된 시각이다. 다라는 일본 남부 큐슈에 있는 지명이기 때문이다.

이병선 전 부산대 교수는 대마도를 수차례 답사해 임나(任那)와 관련된 지명 80여 개를 찾아냈다. ‘다라’라는 지명은 대마도와 큐슈에 많이 등장한다. 광복 이후에도 일본식민사학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선총독부 산하 일본역사학자들의 학문적 계승을 한 소위 한국의 ‘강단사학자’들은 조선총독부 수사관보로 ‘남선경영론’을 정립한 쓰에마쓰 야스카즈가 1949년 ‘임나흥망사’라는 책을 통하여 주장한 임나의 위치를 일본 큐슈지역이 아닌 한반도 남부에 그대로 비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아주 잘못된 것이다.

고령의 대가야는 가라, 대구는 탁순, 경산은 탁국, 합천은 다라, 함안 아라가야는 안라, 창녕 비화가야는 비자발, 김해 금관가야는 남가라 등으로 표현하면서 “일본의 한반도 영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일본의 자랑이며 구한말 일본에 의한 조선병합은 고대의 복원이다”라고 조선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는 앞으로도 영원히 일본이 한국에 대한 예속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합천은 가야시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왜의 식민지 다라국’이 결코 아니다. 광의의 범주로는 ‘대가야’에 속하는 영역이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의 우리 역사서에 나오지 않는다면 ‘합천 옥전 가야고분군’ 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면 된다.

합천은 조선시대 최고의 유학자인 남명조식 선생님이 태어난 고장으로 그 제자들이 임진왜란 때 분연히 의병으로 일어나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자랑스러운 애국과 충절의 고장이다. 그리고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원폭으로 산화하고 아직도 고통 속에 삶을 살고 있는 원폭피해자분들의 원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합천을 일본식의 다라라고 표기한다면 일본인들의 성지순례 장소로 만들어주면서 나아가 다시 고개 드는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에 영토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일본 중고교 교과서에는 합천지역을 그들의 고대 임나로 표시하며 자기 선조들의 땅이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현실로, 독도문제만큼 심각한 문제이다. 독도를 죽도나 다께시마로 기록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절대로 안 되듯이 반드시 다라 지명을 삭제할 수 있도록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지자체와 관련 학자, 그리고 합천군민이 다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학문적 토론의 장을 열고 올바른 합의의 과정과 정의로운 합천군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과거는 현재에 끊임없는 영향을 주고 있으며 현재는 또한 미래를 결정짓는다. 일제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단호하게 끊어놓지 않으면 자칫 우리의 미래까지 암울하게 만들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복원사업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에 국고 240억이 투여되었고 20년간 총 1조1천억의 혈세가 투여될 가야사 복원, 과연 누구를 위한 복원인가?

미래 이 땅의 후손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토대로 민족적 자긍심을 물려주어야지 식민지의 올가미를 씌워서 물려주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과감히 깨고 참된 역사로 바로잡아 합천 옥전 가야문화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자랑스럽게 등재해야 하겠다. 가야산의 웅장함과 함께 아름다운 황강이 흐르는 자랑스런 충절의 고장 합천! 이 고장을 지켜나갈 우리 합천군민의 깨어있는 애국애족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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