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수행자의 삶
칼럼-수행자의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12 17: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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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수행자의 삶


부처님은 길에서 태어나 평생을 맨발로 길 위에서 살다가, 길 위에서 열반하셨다. 80노구(老軀)를 이끌면서 열반하실 때까지, 자비의 ‘수레바퀴’를 굴리시며 헌신적인 삶을 사셨다.

부처님은 그 어떤 부귀권력이나, 남녀노소, 신분의 차별 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셨다.

부처님 평등사상을 이어받은 불교는 사회의 학벌은 참고만 할뿐, 학벌을 가지고 문제를 삼지 않는 종교이다. 우리가 부처님처럼 삶지 못한 것은 탐욕과 무지, 허욕 때문이다.

부처님은 평생을 마르고 거친 대지와, 갠지스 강의 뜨거운 모래밭을 상처투성이의 맨발로 걸으시면서, 오직 중생들의 아픔치유와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신체의 가장 낮은 발바닥에다 온몸을 지탱하시고, 중생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셨다.

한 때는 판사출신 효봉 큰스님도 계셨고, 지금도 유명대학의 박사출신 스님도 있지만, 불교는‘학벌박사’보다는 ‘깨달음의 박사’를 더 높이평가 한다. 사회에서도 학력보다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허물도 벗지 않고 나이만차면 성장했다고 믿는 동물이다”하였다. 스님들은 스스로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학력의 박사’아닌, ‘깨달음의 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원담 방장스님은, 수덕초등학교 2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였다. 스님은 10여년을 만공 큰스님과 벽초 노스님을 시봉하면서, 학교 공부가 아닌, 옴 몸으로 진리를 체현하신 분이다. 방장이란 신분은 승려의 종합교육대학의 총장신분에 비유된다. 당시 명문대학출신의 각계 인사와 학자들이 찾아와 삼배를 올리며 가르침을 청하면 “유명대학출신인분이 겨우 초등학교 2년 중퇴자인 나에게 절을 하고 무얼 물으시는고?”하셨다.

스님께서 많은 사람들을 행복한 삶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모습을, 사람들은 존경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그 어떤 권력자나 재벌총수보다도 훌륭한 스승으로 모셨다. 수행자는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없는데도,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많고, 도움을 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까 세속의 삶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하며, 의식주와 일상생활의 방법까지 다시 배우고, 새롭게 태어나, 새롭게 성장해야 한다. 어디서나 자신을 내려놓고, 자기가 옳다는 고집과 조급함도 버려야한다.

인간관계는 의리로 시작해도 배신으로 끝나기 일쑤지만, 공동체의 삶을 위하여 항상 몸과 마음을 낮추고, 몸에서 힘을 빼고, 자신의 눈을 보겠다고 애쓰거나, 그 무엇을 더 구하고자 안달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첫째, 말수를 줄이고, 대화는 가급적 간단하게 하고. 둘째, 자신의 출신성분이나 과거를 자랑하지 않는다. 셋째, 대화도중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넷째, 말로서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다섯째,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지 않고. 여섯째,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함부로 남을 가르치려들지 않는다. 일곱째, 개인의 비밀을 적극보호하며. 끝으로 나이어린 사람에게도 경어를 사용한다. 늘 감사한 일과 감탄할 일만을 찾아내어 즐기면서,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간다.

복잡하고 불편한 중생들 가운데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나간 허물은 닦고, 새로운 허물을 만들지 않으며, 욕심을 버리고, 시비에 끼어들지 않고, 머릿속에 많은 것을 저장하지도 않는다. 과거는 잊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으며, 희망이 있고 없고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 바른 길이 아니면 타락하고, 질투하는 마음, 원망하는 마음, 상대를 해코지 하고자하는 마음이면 불행에 빠진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하며 살아간다.

부처님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질투하지 말라. 바른 마음이면 좋은 인연이 많이 찾아온다. 만족이 가장 큰 재산이란 것을 믿고, 바르게 살라는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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