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데르송
아침을 열며-김데르송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18 17: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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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김성삼/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김데르송

e스포츠를 제외한 청소년의 3대 스포츠가 야구, 축구 그리고 농구이지 않을까 싶다. 고3, 중3 남자 아이의 가장으로서 스포츠 종목 중 특히 야구, 축구는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이다. 두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에는 주말, 휴일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 및 또래 아이들과 사시사철 야구를 하였다. 필자는 주로 투수를 하였으며, 선수 구성이 여의치 않아 삼부자만으로 경기를 할 경우에는 형제와 아빠간의 경기로 필자는 혼자서 투타(投打)를 병행하며 나름 고군분투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은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 주위 친구를 비롯해 자연스럽게 축구 쪽으로 운동 빈도와 관심이 높아졌다. 축구공, 축구화를 비롯해 골키퍼 장갑 등을 구입하여 필자가 운동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야구 할 때와 같이 친구들과 축구할 때도 선수 구성이 안 되니 골키퍼가 없니 하며 동참을 유도하였다. 초등 저학년과 달리 고학년, 특히 6학년 경우에는 이미 사춘기가 한창인 아이들도 있어 체격과 슈팅이 필자가 골키퍼를 하며 공을 막으면 힘이 전달되고 느껴질 정도였다.

두 아들은 지금도 주말, 휴일이면 틈틈이 축구를 하며 운동을 한다. 필자가 보기엔 학업 외 최고의 관심사는 축구 경기 결과와 축구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인 것 같다. 특히 축구 경기는 삼부자가 유럽 축구 5대 리그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높다. 삼부자가 각각 응원하는 팀이 있으며 주말, 휴일 저녁 응원하는 팀이 경기를 하면 나름 신성한(?) 의식을 준비한다. 수만 명이 운집한 현지 경기장에서 직관하며 응원할 수 없지만 원격에서 치킨이나 피자, 음료나 맥주를 준비하고 온전하게 그들과 함께하며 기분을 고조시킨다. 응원하는 팀이 골이라도 넣으면 선수 및 감독 버금갈 만큼 괴성과 함께 골 세리머니를 거실에서 펼친다. 더욱이 유튜브의 힘으로 아이들은 필자보다 더 국내외 전·현직 국가대표 및 프로선수를 비롯한 경기 결과에 해박하다.

하루는 큰 아이가 주말 저녁에 축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필자는 왜 저녁에 하냐고 물으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친구들과 저녁 시간에 의견이 맞춰졌다고 하였다. 야간에 위험하고 어두워서 할 수 있겠냐고 애기하며, 한편으론 공부하며 힘든 마음에 축구로 기분 전환 겸 운동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해 알겠다고 하였다. 야간에 아들 형제, 큰 아이와 몇 차례 경기를 해본 큰 아이 친구, 그리고 애들 사촌까지 제법 선수 멤버가 구성되었다.

필자는 매번 골키퍼를 하므로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야간이니 슈팅과 강도에 주의를 당부하고 조명과 도심 불빛 아래 공에 집중하였다. 운동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대 좌측으로 이동하는 공에 집중하다 미처 골대를 인지하지 못하고 부딪히며, 외마디 ‘악’소리를 내며 쓰러지고 말았다. 안경테는 부러지고 왼쪽 눈썹 부위에 통증과 함께 피가 나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에게 휴대폰으로 손전등을 비춰봐 달라고 하니 눈썹 부위 만진 손바닥과 상처부위에 피가 묻어나고 있었다. 슈팅이 아닌 생각지도 못한 골대와의 접촉으로 경기가 중단되고 아이들에게 걱정을 주게 되어 필자가 오히려 더 미안하였다. 귀가하여 씻은 후 상처부위를 보니 왼쪽 광대 뼈 부위 찰과상과 눈썹 부위가 조금 찢어져 부어 있었다.

사실 아이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 경기를 할 때는 늘 안경 파손 및 부상의 우려를 염두하고 임하였다. 안경 착용자로서 축구 및 골키퍼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경각심과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인지 모르겠다.

최근 휴일 아이들과 다시 축구를 하였다. 큰 아이 친구들은 고맙게 다친 건 괜찮은지 안부와 더불어 인사를 하였다.

김데르송은 작은아이가 필자에게 붙여준 예명이다. 작은아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의 주전 골키퍼인 에데르송 모라이스를 빗대어 붙여준 이름이다.

필자의 왼쪽 광대 뼈 주위와 눈썹에는 아직 상처 흉터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골키퍼 장갑을 낀다. 아이들이 아직 필자를 골키퍼로서 원하고 필요로 함으로, 필자 또한 운동 겸 즐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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