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명예교수·철학자-사람들 이야기-장면2많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것을 되돌아보면 ‘고마운 사람’이라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몇 명은 있는 법이다. 내게도 그런 존재가 여럿 있다. 그 중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대학 철학과에 갓 입학했을 때, 가장 낯설었던 과목의 하나가 논리학이었는데, C라는 교수님이 가르치셨다. 수학과 좀 악연이 있었던 나였지만 그 교수님 덕분에 나는 논리학을 아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개념론, 판단론, 추리론, 오류론. 지금도 아주 빠삭하게 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지만, 이분이 내게 베풀어준 은혜는 하나둘이 아니다.
전남 출신이신 그 교수님은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학생에게 불같이 화를 내시며 호통을 치기도 했던 소문난 호랑이 선생님이었음에도 어쩐 영문인지 경북 출신인 나를 편견 없이 특별히 예뻐해 주셨다. 2학년 올라갈 때 좋아하던 국문과로 전과할 기회도 있었지만 나는 이분의 사랑을 배신할 수가 없어 철학과에 잔류를 결정하기도 했었다.
그 특별한 ‘아낌’은 4년 내내 계속되었고 덕분에 큰 외부장학금도 받게 되었다. 4학년 때는 일찌감치 졸업 후 ‘조교’를 하도록 내정도 해주셨다. 조교 생활 1년 후 나는 일본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는데, 이분이 직접 나서서 국제전화도 걸고 편지도 쓰고 해서 저쪽 지도 교수까지 연결해주셨다. 그 덕분에 나는 좋은 지도교수 밑에서 의미 있는 유학생활을 보낼 수가 있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스토리는 통째로 생략하지만 5.18을 전후해 이분은 해직 교수가 되었고 끝내 복귀를 못한 채 병을 얻어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래서 더욱, 그 분은 내 가슴 속에서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한 토막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의리파였다. 인간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참 배울 점이 많았다. 워낙 성격이 화통하고 발도 넓어 그 분의 인맥으로 우리는 좋은 수업도 들을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불교철학 수업은 동국대 교수님이, 유가철학 수업은 성균관대 교수님이 직접 와서 강의해주셨다. 실감의 수준이 달랐다.
유학 중에 나는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됐는데 그 분은 우리를 위해 일부러 사군자 한 폭을 손수 그려 선물로 표구해주시기도 했다. 그런 다정한 교수님이 어디 많겠는가.
목포상고에 재학 중이었을 때 조선인 학생을 괴롭히는 일본인 동급생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다는 무용담을 그분은 여러 번 자랑스레 늘어놓기도 했었는데 하여간 호방한 성격이었다. 그 표정에서는 어딘가 고향인 신안 섬마을 특유의 바닷바람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역사가 요동치던 1980년 7월 나는 일부러 일시귀국을 했고 광주를 거쳐 그분이 계시다는 목포로 내려갔다. 교수님은 부재중이셨다. 낚시를 하러 가거도에 가셨다고 친척분이 알려줬다. 배편을 물었더니 그 친척분이 펄쩍 뛰면서 만류했다. “그 양반이니까 거길 갔지 너무 위험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오시면 잘 말해줄테니 그냥 서울로 돌아가라고 몇 번이고 말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서울로 되돌아 올라왔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동경으로 되돌아간 후 얼마 뒤에 그 분의 부음을 접했다. 마지막 모습을 뵙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한으로 남아있다.
세상에 선생은 많다. 그러나 제자를 알아주고 아껴주고 더욱이 그를 위해 수고를 마다않고 나서주는 선생님은 많지 않다. C교수님은 그런 많지 않은 선생님 중의 한분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아무것도 돌려드리지 못한 채 영원히 이별하고 말았다. 거기에 우리 현대사의 ‘역사’가 개입했다.
이제는 이런 식으로 그 분을 기억하고 반추하는 것만이 나에게 더할 수 없이 잘해주신 선생님께 대한 최소한의 보은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스승과 제자’라고 하는 관계가 있다.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아름다운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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