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를 잘 돋보이게 하는 것이 교통안전의 기본
기고-나를 잘 돋보이게 하는 것이 교통안전의 기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20 17:3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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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중철/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장
배중철/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장-나를 잘 돋보이게 하는 것이 교통안전의 기본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할 때 자신의 의사를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방법으로 표현하게 된다. 우리는 말, 글, 눈빛, 손발, 몸짓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만, 실제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 괴리가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의사, 장점을 잘 표현하여 상대가 잘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인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통 현장에서는 어떠한가? 신호위반이나 중앙선침범 등 명확한 의도적 법규위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통사고 가·피해자들은 “상대 차량 혹은 보행자를 잘 보지 못했다”, “차를 보지 못했다”, “보행자가 건너지 않고 피할 줄 알았다”, “차가 비켜서 갈 줄 알았다” 등의 변명이 일쑤이다. 사고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 변경을 일삼아 신경질적인 경음기 작동과 보복운전으로 이어지고, 도로상에서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모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 자신의 의사를 잘 드러내 보이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했다. 자신의 운전 능력나 신체상태 등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잘 보고 운전하는 것도 중요하고, 상대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자신을 잘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것이 교통사고 전쟁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교통 상황에서 보행자나 자동차, 이륜차 등 모든 교통수단 이용자는 자신을 잘 보이도록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자동차는 전조등, 차폭등, 미등, 정지등, 방향지시등, 안개등 등 각종 등화장치를 필요한 상황에 맞게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상대 교통이용자에게 잘 보이도록 해야 한다.

이제 가을이 깊어지는 추분이 지나고 낮의 길이가 짧아져 해 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해 뜨는 시간도 늦어져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시기가 되었다. 도로교통법에서 모든 운전자는 밤(해가 지고 난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에,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 안개가 끼거나 비 또는 눈이 올 때, 터널 안을 운행하거나 고장 또는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터널 안 도로에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 자동차는 전조등(前照燈), 차폭등(車幅燈), 미등(尾燈) 및 번호등을, 원동기장치자전거는 전조등 및 미등을 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를 불이행할 경우는 자동차 2만원, 이륜차 1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불이행시는 자동차 3만원, 이륜차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한편 방향지시등은 자동차의 방향을 바꿀 때 미리 작동하여 다른 차량 운전자가 나의 의사를 알도록 하는 중요한 정보전달 장치이다. 그러나 우리 경남지역 운전자들의 방향지시등 점등율은 64.43%로 전국 14위, 전국 평균 72.65%보다 낮은 편이다.

가을철은 일교차가 커서 내륙의 강, 호수나 분지 지역에 안개가 자주 끼는 시기이다. 안개등은 눈 또는 비가 오거나 안개가 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때 차량의 위치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가을철에는 안개등의 작동상태를 미리 점검해 두어야 한다.

또한 가을철은 교통사고에 가장 취약한 보행자의 주의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가로등이 있는 횡단보도로 옷은 가급적 밝게 입고 다녀야 하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손을 들어 운전자에게 잘 드러나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고령자 보행자는 전체 보행사망자의 46.5%(‘20년 경남 기준)을 차지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고령자들은 대부분 ‘운전자가 보고 알아서 비켜 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도로를 걷거나 횡단을 한다. 특히 운전자도 잘 볼 수 없는 사각(死角)지대, 차의 앞 뒤쪽, 후사경 옆, 차와 차 사이 및 골목길 모퉁이에서는 멈춰서 좌우를 살피며 운전자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여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으로 자전거, 이륜차, 전동킥보드, 전동휠체어도 전조등이나 미등 등 등화장치 작동상태를 잘 점검하고, 각종 야광 스티커 부착 등으로 자신의 존재를 잘 드러나 보이도록 해야 한다.

전쟁 상황에서는 각종 위장을 하고, 은폐하여 적에게 자신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생존의 비결일 수 있지만, 교통상황에서는 자동차나 보행자 등 모든 교통이용자들은 자신의 존재나 의사를 좀 지나칠 정도로 잘 드러내 돋보이게 하는 것이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기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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