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골프삼락
아침을 열며-골프삼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0.21 17: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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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
박익열/경상국립대학교 휴먼헬스케어학과 교수-골프삼락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너나없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아침에 반팔로 나왔다가 황급히 들어가 겨울 외투를 걸쳐 입고서야 몸의 온기를 느꼈다. 매스컴에서는 64년 만에 찾아온 10월 한파라고 야단법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8일 월요일 아침 골프 라운드가 있어서 편의점에 핫팩(hot pack)을 구하려고 들렀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아직 입고가 되지 않았다, 주문을 했는데도 발주(發注)가 안 되고 있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가 어는 편의점에 갔더니 그 이른 시간임에도 달랑 2개만 남아있었다. 더 없냐고 여쭤보니 몇 시간 전 새벽에 근처 원룸에 사는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다 사갔다는 것이다. 순간 학생들이 얼마나 추웠으면 핫팩이라도 사 갔을까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필자(筆者) 역시 학창시절 객지에서 자취를 해봤기에 그네들의 추운 몸과 마음이 미루어 짐작됐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는 그네들에게 힘내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다.

아침에는 꽤나 쌀쌀하지만 그나마 오후 날씨는 골프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골프계에서 흔히 회자(膾炙)되는 말이 있다. “가을 골프는 달러(dollar) 빚(debt)을 내서라도 쳐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를 모르고 안 치는 사람들에겐 꽤나 신경 거슬리는 말일 것이다. 골프가 뭐 좋은 운동이라고 그렇게 야단일까, 하지만 실제 주변 퇴직자들의 얘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가까이, 그리고 자주 만나는 지인(知人)들이라 그런지는 모르지만 분명 골프라는 운동이 주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하다. 이에 군자삼락(君子三樂)에 빗대어 골프삼락을 피력(披瀝)해보고자 한다.

골프가 주는 첫 번째 즐거움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변화를 수시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을이 주는 신선함, 형형색색의 구절초와 국화를 포함함 각종 야생화, 울긋불긋한 주변 산새의 단풍, 게다가 동반자들의 밝고 화사한 얼굴과 차림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니 여름 내내 맹렬했던 무더위는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자연이 주는 온갖 내음과 자태는 골퍼(golfer)들만 누리기는 아쉬울 따름이다.

골프가 주는 두 번째 즐거움은 동반자(同伴者)들과의 만남이다. 물론 매니저(manager : 캐디(caddie))도 포함이다. 무슨 억천만겁(億千萬劫)의 인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좋든 싫든 4~5시간은 같이 보내야 하는 것이 골프 동반자들이다. 이뿐인가! 마치고 나면 또 그만큼의 시간으로 2차를 보낸다. 골프장에서야 깊은 얘기가 없겠지만 2차에서는 누군가의 세상 이야기와 수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뒷담화는 왜 그리도 재미있고 통쾌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든다. 유명 가수의 가사가 벌써 입에서 흥얼거린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이런 만남을 주는 것이 골프이기에 이 또한 즐겁지 않을 수 없다.

골프가 주는 세 번째 즐거움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걸을 수 있고 골프채(club)를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직경 10.8cm 구멍에 적은 타수(stroke) 집어넣어야 한다는 과제를 골프를 손에서 놓을 때까지 해야 함으로 끊임없는 연습이 우리를 자극하기에 항상 겸손함과 꾸준함이 요구된다.

30년 쳐도 골프가 어렵다는 사람들은 그 작은 구멍에 적은 타수로 넣으려고 밤낮으로 연습장에서나 필드(field)에서 애쓰기 때문이다.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아이언이 안 맞고, 아이언 잘 맞으면 드라이버가 안 맞고, 드라이버와 아이언이 잘 맞으면 퍼팅이 안 되는 참으로 얄미운 운동이 골프라는 운동이다. 이쯤에서 언제까지 골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를 두고 투정부릴지 타협을 할 필요가 있다. 골프 수 백 년 역사 이래 골프와 싸워서 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너무 잘 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날의 아름다운 풍경과 하늘 아래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인 동반자와 함께 걸으며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는 것만이라도 골프만이 줄 수 있는 ‘골프삼락’의 즐거움임을 상기해야 몸도 마음도 행복한 골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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