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보노’가 만드는 건강한 사회
‘프로보노’가 만드는 건강한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1.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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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식/경남대 중앙도서관 부관장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이다. 원래의 의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 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 법조계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무보수로 변론이나 자문을 해 주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에서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자원봉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1993년부터 모든 변호사에게 연간 50시간 이상을 공익활동에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협회가 해마다 발표하는 프로보노 활동 순위는 로펌의 명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순위가 높은 로펌일수록 사회적 인식도 좋아져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2001년 7월 변호사법을 개정하면서 변호사들이 연간 일정시간 이상의 의무적인 공익활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 7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년간 13살 이상 인구 가운데 36.4%가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4.8%가 현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19.8%가 '있다'고 응답했으며, 향후 2년 이내 '자원봉사에 참여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45.6%로 나타나 향후 건강한 사회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최근 재능기부가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듯 자원봉사에 참여한 사람 중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자원봉사를 한 경우도 15.9%로 나타났다. 프로보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특별하거나 대단한 재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만 있어도 기부 이벤트 등에 참여해 재능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대기업들도 프로보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이 회사 내에 컨설턴트, 회계사,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전문가들로 프로보노팀을 구성해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재단(NGO)에 법률자문과 경영컨설팅, 세무상담, 경영컨설팅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주말 대구에서 한국어교원자격증 2차 시험이 있었다. 지원 동기를 묻는 면접관에게 은퇴 후에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보람있는 일을 찾다가 내린 결론이라고 답했다. 32년간 대학에 근무하면서 교육적 가치와 활동에 익숙해져 있을뿐더러 외국인 학생과 교수들하고의 접촉도 많아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틈틈이 배운 영어, 일어, 중국어 학습을 통하여 외국어 학습자의 성취 목표와 애로사항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목표는 정했지만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국어기본법이 정한 120시간의 한국어교원 양성과정 이수도 만만치 않았지만 1차 필기시험이 너무 어려워 재수를 해서 겨우 통과했는데 2차 구술시험도 한국어 지식 활용 능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 큰 산을 넘는 기분이었다. 실망과 좌절, 중도 포기 유혹도 있었지만 은퇴 후 30년의 삶을 위해서 한국어교원 자격증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달겨드는 손주 녀석을 피해가면서 밤늦도록 수험서와 씨름하였다. 그냥 자원봉사자가 아닌 프로보노가 되기 위해서다. 봉사는 은퇴자에게 보약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재능기부로 업그레이드 된다면 정신 건강의 효능까지 더해진다. 봉사활동이 주는 기쁨에다가 하던 일을 계속함으로써 전문성과 관련 지식을 유지해 갈 수 있다는 것은 더 없이 보람된 일이다. 이 일을 통하여 소외된 이주민들에게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고, 한국에서 외롭게 공부하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아빠같은 멘토가 되어 주고, 외국에 나가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외교관이 되어 친한파를 많이 만들어서 국격을 높이고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이 제3의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애국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경남대학교 도서관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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