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정원, 월아산 숲속의 진주
기고-국가정원, 월아산 숲속의 진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1.22 17:5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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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근영/경상국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허근영/경상국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국가정원, 월아산 숲속의 진주

쪽빛의 남강을 바라보는 진주성 촉석루는 산수화와 같은 동산들에 둘러싸여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등축제가 취소되고 연기된 진주시는 여전히 방문하고 싶은 역사·문화의 도시이다. 진주성을 조석으로 바라볼 때면 고도(古都) 진주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되는데, 진주시에 국가정원이 조성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구사회에서 국가정원은 역사문화의 중심에 조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원과 정원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2015년에 진주시에 지방정원 조성을 호소하였지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였다. 2021년 다시 점화된 공공정원(public gardens) 조성에 대한 논의가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서 구체화되고 있는데, 주말이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거닐며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게 될 장면을 상상해본다.

이즈음에서, 정원(gardens)과 공원(park)의 차이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공원(park)은 자연보존을 위한 국립공원(national park)과 야외휴양을 위한 도시공원(urban park)으로 구분된다. 영국에서 공원은 본래 잔디밭으로 덮인 귀족들의 사슴 사냥터였고, 근세에는 유휴지의 개념으로 도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잔디밭의 공공녹지였다. 한편, 미국은 건국 당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서 정원보다 공원을 우선 조성하게 되었다. 구대륙인 유럽에서는 정원에서 공원이 출현하였고, 반대로 신대륙인 북미에서는 공원이 정원으로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원은 도심 또는 그 주변에서 식물 보존, 연구, 교육 및 전시하는 장소 또는 기관으로서 대표적인 공공정원이 식물원(botanic gardens)이다. 식물원은 공원이 아니며, 공원은 국가정원(National gardens)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 우리는 본래 무릉도원이라는 이상향을 그리워하였고, 그곳을 바라보기 위해서 자연에 깃들인 정자를 조성하였다. 서구사회의 이상향은 에덴동산, 즉 에덴정원(Garden of Eden)인데, 이들은 이상향을 세상 속에서 구현하고자 ‘정원 속에 도시’를 조성하였다.

좁은 지면에서, 젊은 시절부터 50대 교수생활까지 가져온 영국·미국 정원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모두 밝힐 순 없지만, 필자는 진주시가 역사, 문화, 교육, 복지, 사통팔달의 교통을 갖춘 이상적인 녹색도시로서 21세기 국가 정체성의 한 부분을 표출하는 국제적인 정원도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국가정원이라는 큰 도전을 시작함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주시가 이미 국제적인 정원도시가 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가졌다는 진주시민의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진주시의 자연 및 문화 자원의 융합적 가치는 자기 정체성의 자각에서부터 비롯되며, 이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착실하게 조성해나가면 굳이 제도적인 ‘국가정원 인증’을 넘어서 실제로 국민과 해외 방문객에게 사랑받는 국제적인 정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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