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정체성의 정치-지역축제와 남강유등축제
문화정체성의 정치-지역축제와 남강유등축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1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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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조/premiere 발레단 단장
▲ 전국조/premiere 발레단 단장

요즘 들어 지역축제가 번성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제각각 다른 주제로 열리는 다양한 축제들은 그 지역 특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면서 서로 경합하고 있다. 바야흐로 지역정체성의 제시와 확립에 바탕을 둔 ‘문화정체성의 정치’가 지역축제의 장을 통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아주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평가받고 있는 남강유등축제를 다루어 보는 것도 꽤 시의적절한 일이라는 생각에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이야기보따리를 풀기에 앞서, 전문가의 입을 빌어 지역축제의 실질적 기능을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지역축제는 해당 지역에 계승되는 “원초 제의성의 보존”을 통해 “지역민의 일체감을 유발”함과 동시에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아울러 지역의 “경제적 의의”와 “관광적 의의”를 보장해야 한다(이미순, 2010, 『축제가 도시 브랜드를 만날 때』, 새로미, 5~6쪽).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남강유등축제는 실로 대단한 축제다. ‘전통 민속축제’로서 임진왜란의 큰 전과(戰課)로 역사가 기록하고 있는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끌기까지 노력했던 진주 사람들의 자부심을 담고, 그 같은 역사적 자부심을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계승함과 동시에 방문객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된 남강유등축제는 당시 연락을 위해 ‘남강’ 위에 ‘유등’을 띄운 일을 배경으로 삼으면서 의기 논개의 이야기까지 더해서 ‘원초 제의성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유등 만들기 체험’과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지역주민들의 일체감을 유발하고 진주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뿐 아니라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축제 방문객들의 소비를 촉진하여 매년 총 수입이 1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남강유등축제는 형식이나 규모의 측면이 아닌 실질적 내용의 측면에서 부산불꽃축제보다 훨씬 더 나은 축제로 볼 수 있다. 부산불꽃축제는 앞서 언급한 지역축제의 실질적 기능 다섯 가지 가운데 지역정체성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세 가지를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 먼저 그 축제에는 어떤 역사적 근거를 가진 ‘전통’도, 보존해야 하는 전통문화도 없으며, 따라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제의’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부산불꽃축제는 ‘지역축제의 사회적 기능과 상징적 의미는 지역공동체가 그것의 이념과 세계관, 사회적 정체성, 역사적 지속, 그리고 물리적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인정하는 일련의 명시적 가치들과 관련을 맺고, 지역 축제는 그것들을 궁극적으로 기념하는 것이다’는 지역축제의 당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강유등축제도 몇 가지 취약점을 갖고 있다(이하의 내용은 상기의 책, 68-70쪽을 요약한 것이다). 먼저 ‘예산의 불균형’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지방중소도시의 제한적 요소로 볼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는 국비와 도비의 지원액이 적어서 예산의 규모가 작다는 데서 비롯한다. 이는 후원금 유치와 기업체 협찬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둘째, ‘전문가 부재’의 문제가 있다. 타 지역과 외국의 관광객을 더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과 배치가 시급하다. 셋째, ‘지역의 전통성 표현 부족’의 문제가 있다. 진주의 전통성을 표현할 수 있는 등의 모양을 확립하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내러티브의 개발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상징성 표현 부족’이라는 문제가 있다. 방문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로고와 기념품을 개발하여 그것의 구매가 좋은 기억으로 자리를 잡아 재방문의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취약점이 개선될 때, 남강유등축제는 명실상부, 한국과 경남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지역축제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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