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과 관계는 무서운 것이다
칼럼-인과 관계는 무서운 것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1.11.30 17:3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진주시 문산읍 여래암 주지-인과 관계는 무서운 것이다


옛날, 자식이 없어 근심하던 부부에게 차례로 삼형제가 태어났다. 부부는 너무 기쁘고 행복하여 세 아들을 금지옥엽처럼 잘 키웠다. 두뇌가 명석한 삼형제는 성장하여 모두 과거에 차례로 급제하였다. 부모님의 기쁨은 하늘에 닿을 지경이었다. 세 아들이 금의환향하던 날, 부모는 동내잔치를 벌였다. 마을사람들이 모여들고 상이차려지고 시끌벅적 난리가 났다.

장남, 차남, 막내 순으로 말을 타고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부모와 축하객들이 앞 다투어 대문으로 몰려나갔다. 말(馬)이 대문 앞에 당도하자 이게 원일인가, 장남부터 차례대로 말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 사람들이 놀라 괴성을 지르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해버렸다.

부부는 하도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원님을 찾아가 “원님! 이 억울한 원수를 갚게 해 주십시오. 지옥에라도 찾아가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원님도 별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부부를 달래고 타일러 돌려보냈다. 그날 밤 원님 꿈에 염라대왕이 “20여 년 전에 유기장수 세 사람이 그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되었다. 한 밤 중에 그들 내외가 잠든 유기장수 셋을 죽이고 돈과 그릇을 빼앗았다. 아들 셋은 그때 살해당한 유기장수들이 인도환생, 형제로 태어난 것이다”고 선몽 해주었다. 이튿날 원님은 그들 부부를 불러 20여 년 전의 일을 엄중 문초한바, 부부는 그때의 살인죄를 실토하고 말았다. 이처럼 인과 관계는 무서운 것이다.

속담에 ‘귀신 센 집은 말도 벙긋 못 한다’하였다. 항상 집안이 편치 못하고 말썽 많고 걸핏하면 귀찮은 일이 생긴 것이다. 또 친척 간에 다투는 것을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하였다. 일생을 편안하게 살려면 인연관계를 중요시하며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야한다.

옛날, 양주 땅에 변사유의 아버지가 일찍이 국난을 평정한 공노로 벼슬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욕심이 많고 무척 인색하였다. 아빠찬스를 이용한 변사유가 자기 집을 대궐처럼 짓고 나서 지위를 남용하여 공사비도 안주고, 트집만 잡다가 뭇매를 때려 쫒아버렸다. 인부들은 억울함에 이를 갈며 “네놈은 죽어서 우리 집 소로 태어나라”며 울면서 떠났다.

그 후 기세등등하던 변사유도 늙고 병들어 죽고 말았다. 그 뒤 인부 집에 송아지 새끼가 태어났는데 왼쪽 다리에 흰 글씨로 ‘변사유’라 쓰여 있었다. 인부가 소를 보며 “변공이 어찌 이 모양이 되었는고?”하니, 송아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고 들지를 못하더라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의 행위는 땅에 뿌린 씨앗과 같다. 그 씨앗이 성장하면 열매를 맺는다. 선악(善惡)의 행위는 미래나 내생(來生)에 반드시 그 열매를 걷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죄업은 폭포 같아 막을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받아줄 수도 없으며, 그 업을 피할 도리가 없다. ‘살아서 말썽부린 자를 보라. 죽은 뒤에도 말썽이 그치질 않는다’

사람은 항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곧 업이 된다. 욕심에 굴복하지말자. 다 부질없는 짓이다. 만나는 모두를 사랑하고 좋게 보는 눈을 가져보자. 상대를 좋게 보면 모든 것이 좋게 보이고, 미워하면 모든 것이 밉게 보인다. 똑같은 사람인데 내 마음 따라 왔다갔다 변하는 것이다. 언제나 내 마음이 문제임을 알고 살아가자.

입으로 지은 죄가 가장 크다. 상대를 헐뜯거나 욕하지 말고, 흉보거나 이간질 하지말자. 입단속을 잘하여 필요할 때 필요한 말만 골라 신중히 사용하자. 말하는 입은 하나지만 듣는 귀는 수천만 개가 되는 것이다. 늘 자신을 낮추어 겸손하고 베푸는 노력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지도 말자. 욕심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어진다. 어리석은 사람은 항상 분노하며 가슴속에 원한을 품고, 벌컥벌컥 화를 낸다.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알자.

 

 

 

 

 

범산스님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JS92uFeSxvDzKJMRUi2L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